Newmedia of the world
새로운 뉴스 플랫폼 시대의 서막
- 글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언론사가 뉴스 유통의 제어권을 거머쥔 기간은 역사적으로 길지 않았다. 1800년대 초중반 철도부터 그랬다. 만약 철길의 확장이 없었다면 신문에 담긴 뉴스가 전국으로 유통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신문 열차(newspaper train)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서 철도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1861년 <뉴욕타임스>는 8월 1일자 기사1)를 통해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뉴헤이븐으로 향하는 특별 신문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합니다. 전쟁 현장의 최신 정보가 담긴 더 타임스(The TIMES)를 뉴스 에이전트로부터 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철도는 단순히 뉴스 유통 플랫폼의 의존성만을 상징하지는 않았다. 신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핵심 요인이기도 했다. 신문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광고 중심 비즈니스를 수익모델의 반열 위에 올려놓는 데에도 기여를 했다. 신문재벌이 탄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철도의 영향이었다. 반면, 철도 독점의 영향으로 여러 신문들이 고충을 떠안아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철도와 비슷한 시기에 발명된 전신(telegraph)도 언론사가 제어권을 전적으로 행사한 뉴스 유통 플랫폼은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웨스트유니온이 전신 독점권을 행사하면서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뽑아내는 데 이용한 역사도 있다(Zamith, R., & Braun, J. A. 2019). 하지만 AP라는 뉴스통신사는 플랫폼에 올라타 뉴스통신사의 부흥시대를 이끌었다. 역피라미드 스타일 뉴스 작성법도 이러한 기술과의 관계 위에서 탄생했다. 그렇다고 AP가 뉴스 유통 플랫폼을 전적으로 거머쥐고 있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2). 열쇠는 웨스트유니온이 틀어쥐고 있었기에 그렇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언론사들은 그들만의 뉴스 유통 제어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어떤 산업 주체들보다 먼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도 했다. 이를테면 루퍼트 머독이 2005년 페이스북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마이스페이스'를 5억 달러 이상을 지불하며 인수했다3).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를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마련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결정이었다. 물론 광고 수익이 옮겨갈 방향을 내다보며 내린 의사결정이었을 것이다4).
하지만 6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뉴스 산업 특유의 경직적인 문화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결국 당시의 실패로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외부 빅테크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다시 내몰리고 말았다. 반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라탄 버즈피드는 IPO(기업의 주식 및 경영내용의 공개)까지 성사시키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를 되돌아보면, 언론사들이 자체 유통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제어권을 행사한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늘 외부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스스로의 역량과 영향력, 수익을 키워왔다. 특히 신문의 경우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물리치고, 방송 시대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전례도 있다. 비록 검색 플랫폼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소수의 신문사들이 탄생하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 의존성보다 더 중요한 항목은 플랫폼과의 적절한 거리두기와 관계 관리일지도 모른다.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언론사들의 플랫폼 환경에는 약간의 특이성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시기에 정부나 공적 영역의 플랫폼에 기댄 측면이 있어서다5). 뉴스의 지역 발송은 우체국과 신문유통원에, 가판을 통한 뉴스 유통은 철도공사에 오랜 기간 의존했다. 이로 인해 국내 뉴스 유통은 규제와 제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심지어 그 하위 체계에 존재했던 총판, 중판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 언론사가 실질적으로 뉴스 플랫폼을 통제하지 못한 세월도 길었다6).
포털은 국내 언론사들이 처음으로 상대한 대형 민간 뉴스 플랫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공 플랫폼과 달리 언론사의 입김은 이들에게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쳤다.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기술 수준은 훨씬 우월했다. 공공 플랫폼과 애초부터 통제권 전개의 특성이 달랐기에 전략적 적응에도 애를 먹어야 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 의존도는 더 높아졌고 포획의 정도는 심화됐으며, 통제권의 상실 정도는 더 깊어지기만 했다. 이제 이 시기도 서서히 퇴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시금 언론사들이 실존의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지배적 기술의 변동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이번엔 생성 AI다. 신문, 방송, 잡지 등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모든 뉴스 조직뿐 아니라 심지어 소셜미디어 플랫폼들까지도 이 어려움에 함께 봉착해 있다. 기존의 검색, 포털 플랫폼이 장악했던 뉴스 유통 질서마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OpenAI의 GPT 스토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섣부른 가설도 나온다. 아이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둘러싼 시공간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누구도 1, 2년 뒤를 예측하길 어려워한다.
분명 생성 AI는 뉴스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될 듯하다.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그 방식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뉴스 유통 플랫폼, 아니 질서가 등장해 뉴스 미디어 산업을 뼛속까지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 알고리즘 유통 권력으로 수용자 도달 방향을 흔들어댔던 소셜미디어들보다 더 큰 범위의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수용자 초맞춤화로 무장하며 등장하고 있는 수많은 GPT의 아류 기술들은 공동체의 통합을 핵심으로 삼았던 저널리즘의 사명마저 해체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국내의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지배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 초기엔 늘 기술 우위의 전망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낡은 미디어 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힘을 얻는 시기다. 하지만 그런 전망들이 실제로 정확히 들어맞은 건 드물었다. 라디오 뉴스는 팟캐스트로 부활했고, 신문 뉴스는 디지털로 더 크게 도약했다. 방송 뉴스는 유튜브에서 전 세계 수용자들과 매일 만나고 있다. 플랫폼 의존성이라는 한계 안에서 뉴스 미디어는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을 터득해온 것이다.
생성 AI는 뉴스 산업이 다시 플랫폼을 제어할 수 있는 짧은 기회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의존성을 강화하는 더 큰 압력도 동시에 가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뉴스는 기술과의 긴 호흡을 통해 저널리즘이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술, 수용자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몸에 맞게 기술을 비트는 창의적 변형 전략이 필요하다. 비록 플랫폼 통제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점이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뉴스는 플랫폼이라는 무대에서 더 많은 수용자들과 저널리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새로운 번성의 시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지배적 기술이 다가온다고 해서 늘 비관할 필요는 없다.
참조
- https://www.nytimes.com/1861/08/03/archives/newspaper-train.html
- https://revolutionsincommunication.com/telegraph_monopolies/
- https://www.etnews.com/201309160566
- https://en.wikipedia.org/wiki/Myspace
- http://contents.history.go.kr/mobile/nh/view.do?levelId=nh_044_0030_0040_0020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142
참고 문헌
• Zamith, R., & Braun, J. A. (2019). Technology and journalism.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journalism studies,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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