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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 이슈 톡톡

언론중재위원회와 언론평의회
- 피해구제와 불만처리 사이

PAC 이슈 톡톡 1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언론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고자 지난 1981년 법률에 의거, 설립되었습니다. 위원회를 통한 조정과 중재는 그 결과가 재판상 화해 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또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언론분쟁해결기구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에도 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분쟁해결기구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없다’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와 언론평의회

물론, 세계 각국에는 언론보도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기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평의회(Press Council)입니다. 독일, 벨기에, 스웨덴 등에 설립되어 있는 언론평의회는 민간자율기구로서 언론과 관련한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해당 내용이 자체적으로 만든 언론윤리강령을 위반하는지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조정과 중재를 통한 ‘권리 구제’에 모아져 있는 반면, 언론평의회는 불만사항의 언론윤리강령 위반 여부 ‘심의’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결과의 효력 면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언론평의회 심의 결과는 권고적 성격이 강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PAC 이슈 톡톡 2

이처럼 언론평의회가 위원회에 비해 다소 제한된 활동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지만,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제도 본연의 목적은 위원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PAC 이슈 톡톡> 코너에서는 몇몇 나라의 언론평의회 활동과 주요 현안을 살펴보고, 위원회와의 상호 교류 현황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독일 언론평의회 처리현황

세계 각국의 언론평의회로 구성된 유럽언론평의회연합(AIPCE) 회원국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불만사건을 접수·처리한 곳은 독일 언론평의회였는데요. 2022년 한 해 동안 처리한 불만신고가 1,733건을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위원회가 접수·처리한 언론조정사건(3,175건) 수에는 미치는 못하는 수치입니다.

독일 언론평의회가 최고 수위 제재인 ‘경고’로 의결한 건은 47건이었고, ‘개인정보 보호 위반(14건)’ 및 ‘간접광고 위반(14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비춰보면, 언론보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구제 관련 건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PAC 이슈 톡톡 3

최근 독일 언론평의회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무료신문을 심의 대상으로 포섭하기도 했는데요. 기존의 독일 언론평의회는 무가지를 대상으로는 ‘개인정보보호 강령’ 위반과 관련한 민원에 한해서만 심의를 진행해오다가, 지난 8월 독일 언론평의회와 연방무료신문협회가 언론윤리강령 준수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독일의 무가지도 일반 언론과 동일한 심의대상이 되었습니다. 매체가 구독료를 받고 있는지 여부는 전혀 따지지 않는 언론조정중재제도와는 역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벨기에 언론평의회의 생성형 AI 보도윤리 가이드라인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해외 언론평의회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변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언론보도’입니다. AI가 인터넷상의 허위정보를 학습해 잘못된 사실을 확산시키거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딥페이크 사진 및 영상이 보도에 사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 5월에는 미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딥페이크 사진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 해외 언론사들은 생성형 AI 활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우려들과 맞물려 언론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듯합니다. AIPCE가 2020년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유럽의 언론인 45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현행 언론윤리강령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33.2%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디지털 언론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언론윤리강령을 마련하거나 현재의 기준을 개정할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89.8%)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10.2%)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듯, 벨기에 언론평의회는 지난 3월 유럽에서 최초로 생성형 AI 보도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벨기에 언론평의회는 “챗GPT 및 기타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는 흐름 속에서 평의회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를 지속해왔고, 생성형 AI 보도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함으로써 저널리즘 AI 활용 관련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결과물을 하나씩 내놓고 있는 벨기에 언론평의회 사례는 우리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실효성 있는 언론분쟁해결절차, 언론조정중재제도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정 기구이자 준사법적기구인 위원회의 역할과 민간자율기구인 해외 언론평의회의 활동은 설립 근거나 다루는 사건의 범위, 효과 측면 등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권리구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불만처리를 통한 권고적 효력’에 그치는 언론평의회보다는 우리나라의 언론조정중재제도가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라고 평가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위원회와 언론평의회 모두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의 조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교류협력과 정보교환의 필요성을 갖는데요. 위원회는 세계 각국의 언론평의회 및 유수의 언론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해외 미디어 동향은 물론, 언론보도를 둘러싼 불만처리 과정이나 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위원회의 활동과 언론조정중재제도 운영에 있어 참고할 만한 사항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위원회 관계자를 마주한 해외 언론평의회 혹은 언론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위원회가 연간 처리하는 많은 사건들과 비교적 짧은 사건처리 기간, 조정중재 결과의 법적 구속력, 그리고 현직 부장판사, 변호사 및 전직 언론인 등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중재부 구성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차별화된 강점들이 위원회를 보다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위원회는 해외 유관기관, 언론사 등과의 활발한 교류협력을 통해 K-언론분쟁해결제도의 장점을 적극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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