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media of the world
뉴스의 위기와 비(非)뉴스 버티컬의 부상
- 글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넘사벽’ 뉴욕타임스의 뉴스가 위기에 당면했다. 저널리즘의 품질, 가치와는 무관하다. 그것이 벌어들이는 구독 수익의 하락이 보다 또렷해져서다. 지난 7월 발표된 뉴욕타임스의 IR 자료를 보면, 2023년 2분기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뉴스 구독자 수는 332만 명으로 전 분기(358만 명) 대비 20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2022년 2분기 당시 디지털 뉴스만 구독하는 독자는 421만 명에 이르렀다. 전체 유료 구독자의 약 절반을 담당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약 1년 만에 90만 명 가량이 빠져나갔다. 전 세계가 뉴욕타임스의 저널리즘에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유료 구독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약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뉴욕타임스의 CEO는 “이번 분기의 구독자 실적은 플랫폼 유입 트래픽이 감소하고, 상당한 관심을 끄는 단발성 기사가 뉴스 사이클을 주도하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1).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이 역량을 발휘할 만한 대형 이슈가 없어서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뉴욕타임스의 전체 유료 구독자 수가 줄어든 건 아니다. 멈춤 없이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미 900만 명을 넘어 1,000만 명을 내다보고 있다. <디애슬래틱>으로 상징되는 스포츠 뉴스와 퍼즐게임 덕이다. 뉴욕타임스 내 대표적인 비(非)뉴스 콘텐츠들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디애슬래틱>의 유료 구독자는 364만 명을 기록했다. 디지털 뉴스 구독자를 역전한 셈이다. <디애슬래틱>의 구독자 수를 재무자료에 처음 반영했던 2022년 1분기만 하더라도 구독자수는 121만 명에 그쳤다. 적자에 허덕이는 인수 자산이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유료 구독자 수가 무려 3배 성장했다.
게임의 성과도 상당한 편이다. ‘디지털 싱글 상품’이라는 항목에 포함된 게임 유료구독자는 2023년 2분기 258만 명에 이르렀다. 전 분기 대비 16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게임 부문 투자를 강화하면서 ‘커넥션 (Connection)’이라는 게임2)과 ‘타일’, ‘레터박스’ 등을 추가하기도 했는데, 이들 게임 조합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미국의 정치, 문화 미디어인 <살롱닷컴>도 버티컬 미디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다. 지난 2020년 5월 음식 섹션을 개설하면서 비뉴스 콘텐츠 공략을 본격화했다. 시밀러웹 등의 자료를 보면, 음식 섹션의 트래픽은 2020년 대비 5배 이상 성장3)하면서 새로운 사용자 유입의 핵심 소스로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나 살롱이 별난 건 아니다. 전 세계 대형 뉴스 미디어 다수가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USA 투데이>를 발행하는 가넷은 <USA 투데이 스포츠+>와 십자말풀이 상품을 출시했고, 유럽에서는 프랑스 일간지 <Le Figaro>가 2022년 5월에 요리 전용 앱인 ‘Le Figaro Cuisine’4)을 출시했다. CNN도 헬스와 여행 관련 버티컬 미디어를 추가하고 투자를 강화하는 중이다.
버티컬 미디어에 대한 전통 언론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는 ‘뉴스 피로’, ‘뉴스 회피’ 현상에 따른 대응책이라는 평가다. 뉴욕타임스 스스로가 진단했듯, 정치 등 경성 뉴스의 황금 시기는 유료 구독자를 증가시키는 동력이 됐다. 특히 대선 등 대형 이벤트를 거칠 때마다 유료구독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 뒤로 수용자들은 ‘뉴스 피로’를 호소하게 됐고 최근 들어서는 ‘뉴스 회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종료 이후에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 뉴스 회피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뉴스를 단순히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시간대에만 뉴스를 소비한다거나 일부 뉴스 주제만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 정치 뉴스와 사회정의 관련 뉴스를, 핀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뉴스를 가장 많이 회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5). 이미 지난해부터 이러한 움직임은 감지됐다. <디지데이> 보도를 보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미국 주요 언론사들의 유료 구독 전환율은 낮아졌고, 트래픽도 크게 감소했다6). 반대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는 더 많은 독자들이 몰려들었다. 뉴스 피로와 회피가 일으킨 새로운 뉴스 소비 조류였다.
마땅한 대안이 도출되지 못하던 시점에 <와이어커터>, <쿠킹>, <게임>, <디애슬래틱>과 같은 뉴욕타임스의 버티컬 미디어들이 승승장구하는 현상을 전 세계 언론사들이 관찰했다. 푸드와 쿠킹, 퍼즐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 전 세계 언론사들이 투자를 단행했던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만약 비뉴스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전 세계 유력 언론사들은 중대한 재무적 위험에 봉착할 수도 있었다.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다. ‘서비스 저널리즘’이 뉴스 회피 경향과 맞물려 다시금 주목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다. 독자들에게 실용적이고 건강한 조언을 제공하는 유형을 뜻하는 서비스 저널리즘은 신문과 잡지의 오래된 역할 모델이었지만 이렇다 할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7).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저널리즘의 원형처럼 여겨온 관행 탓이다. 하지만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성 뉴스에 대한 회피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편으로 서비스 저널리즘이 지금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자신들의 목표 중 하나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열정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저널리즘이 세상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정보로 무장시키는 것이라면, 서비스 저널리즘은 한 번에 한 가지 방법씩, 정확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말처럼8), 비뉴스 콘텐츠로 상징되는 서비스 저널리즘의 재부상을 저널리즘의 영역 확장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참조
- https://www.nytco.com/investors/investor-relations/
- https://www.nytimes.com/2023/06/26/crosswords/new-game-connections.html
- https://pressgazette.co.uk/publishers/news-publishers-investing-in-non-news-verticals/
- https://apps.apple.com/kr/app/le-figaro-cuisine/id1600458699
- https://reutersinstitute.politics.ox.ac.uk/sites/default/files/2023-06/Digital_News_Report_2023.pdf
- https://digiday.com/media/why-news-publishers-are-using-non-news-content-to-hook-readers-and-turn-them-into-subscribers/
- https://rjionline.org/news/whats-working-service-journalism-is-having-a-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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