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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 이슈 톡톡

언론소송과 위원회 언론조정 비교분석

PAC 이슈 톡톡 1

위원회는 매년 전년도에 선고된 언론 관련 판결을 수집해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오고 있는데요. 지난 7월 31일 발간한 <2022년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에는 2022년에 선고된 언론보도 관련 민사소송(이하 “언론소송”) 173건1)에 대한 상세한 통계분석을 담았습니다. 특히, 언론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23건의 언론 판결에 대해서는 그 전문을 수록했는데요. 이번 8월호 <PAC 이슈 톡톡>에서는 해당 보고서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언론소송과 위원회 언론조정신청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분석해 ‘언론분쟁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왜? : 당사자 유형과 대상 매체, 주요 침해유형

언론 관련 분쟁의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외신을 보면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언론 관련 소송의 당사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방송사 <CN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트럼프 전 대통령, 영국 일간지 <더 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낸 세계적인 배우 조니 뎁, 불법 정보 수집과 관련해 영국 미디어그룹 <MGN>을 고소한 영국의 해리 왕자 등이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선고된 언론 관련 판결 중 ‘공적 인물’이 제기한 소송이 41%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22년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소송 173건을 분석한 결과 정치인·고위공직자·연예인 등 공적 인물이 제기한 사건이 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위원회를 통한 언론조정신청 사건의 신청인 유형 중 공적 인물이 차지하는 비율(11.4%) 대비 29.6%p 높은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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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언론소송의 원고와 언론조정신청 사건 신청인의 직업을 세부적으로 분류했을 때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살펴보면 지난해 처리된 언론소송 및 언론조정신청 사건은 여러 방면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예컨대 언론소송과 언론조정신청 사건 모두 인터넷신문 등 온라인 기반 매체를 대상으로 한 사건이 가장 많았고, 특히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법익침해 유형은 명예훼손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당사자가 가장 선호하는 피해구제 방법 :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언론소송 및 언론조정신청 사건에 있어 원고와 신청인이 가장 선호하는 피해구제 방법은 공통적으로 손해배상과 정정보도인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언론소송을 청구권별로 분류해 집계한 결과 무려 56.9%가 손해배상청구인 것으로 나타났고, 정정보도청구가 28.3%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위원회가 접수·처리한 언론조정신청 사건 청구권별 현황과 비슷했는데요. 지난해 언론조정신청 사건 중 정정보도청구가 45.1%, 손해배상청구가 31.8%를 차지한 점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당사자들은 언론소송에서만큼 언론조정신청 사건에 있어서도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주요한 피해구제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언론소송 중 원고가 기사삭제를 청구한 비율은 5.5%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기사삭제청구권’은 언론중재법상 명시된 권리는 아니지만, 우리 법원은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기사삭제청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0950 판결). 소송이 아닌 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도 온라인상에서 조정대상기사가 더 이상 보이지 않도록 ‘열람차단’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인터넷 기반 매체를 대상으로 위원회에 조정신청된 사건의 19.4%가 열람차단하는 것으로 원만히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위원회의 언론조정중재제도가 피해자와 언론사 사이의 자발적인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양 당사자 간 합의만 있다면, 법에 명시된 청구권 이외의 방식으로도 신속하고 원만한 피해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죠.

법원과 위원회의 손해배상청구 처리 현황

그렇다면 언론소송의 과반을 차지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인용 현황은 어떨까요? 지난해 법원의 언론소송 손해배상 인용 평균액은 약 570만 원으로, 2021년 평균액(약 880만 원)과 비교해 300만 원 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인용된 중앙액과 최고액 또한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반해 2022년 위원회가 처리한 손해배상청구 언론조정신청 사건의 평균 조정액(약 260만 원)과 중앙액(200만 원)은 2021년 대비 상승해 법원의 인용액과의 간극이 좁혀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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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언론조정중재제도는 당사자들의 원만한 합의를 전제로 하는 절차인 만큼,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해 금전배상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결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위원회 손해배상 조정액이 법원의 인용액에 근접했다는 것은 위원회를 통한 피해구제의 효용성이 크게 제고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원회 조정절차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조정사건처리 기간은 지난해 14.8일을 기록할 정도로 재판에 비해 신속하다는 점에서 위원회 제도는 효과적인 언론피해구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준사법적 독립기구로서 위원회의 역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언론의 정의와 역할이 재편되고, 국민들의 권리의식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한 외침도, 언론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요. 언론을 둘러싼 분쟁도 덩달아 첨예해지는 양상입니다. 언론분쟁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궁극적이고 원만한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소송에는 진정한 승자가 없습니다. 끝내 한편은 이기고 다른 한편은 져야하지만, 이긴 쪽조차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위원회를 통한 조정은 다릅니다. 중재부의 법률적·경험적 조언과 권고 하에 당사자가 보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조율을 통해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됐다는 효능감을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언론의 자유와 책임, 국민의 인격권 보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가치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인격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자세로 균형을 찾아가려는 위원회의 노력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각주

  • 위원회가 법원도서관 판결문 키워드 검색 및 법원 홈페이지 판결 열람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건수로, 2022년도에 선고된 언론소송 판결 전체 건수와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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