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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검색과 인지부조화의 해결
- 글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은 한쌍이다. 인간은 ‘자신의 견해와 논리적으로 상충하는 정보를 접할 때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현상(인지부조화)’이 발생하면 이것이 증가하는 방향을 회피하거나 감하려는 선택을 내린다. 확증편향은 그 결과다.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면 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같은 의견과 논리에 기대게 되는데, 그것이 확증편향이다. ‘동종 선호’라고도 부른다. 이 한 쌍의 조합은 디지털 공간에서 강렬하게 융합하며 집단 극화를 일으킨다. 온라인 공간에서 극단적인 대립과 혐오, 악마화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여기엔 머신러닝이라는 메커니즘이 한몫을 했다. 사용자들의 선호를 다양한 값으로 학습한 뒤 이를 만족시켜주는 콘텐츠나 결과를 우선 제시하기에 그렇다. 그 어떤 영역보다 정치 뉴스에 머신러닝이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러한 폐해를 낳은 대표적인 소셜미디어들이다. 한때 국내 포털의 뉴스 추천 알고리즘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지금은 이를 교정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스마트뉴스’라는 뉴스 포털앱은 이 문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바로 ‘News From All Sides’라는 기법이다. 수집한 정치 기사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우 점수를 부여하고 배열 방식에 반영한다. 화면 아래에 좌-우 관점을 선택할 수 있는 슬라이드를 배치해 사용자들이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은 이 조절 버튼을 활용해 여러 정치적 관점의 뉴스를 원하는 비중대로 확인해 볼 수 있다. 개별 기사의 정치적 편향 점수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정확히 공개돼 있지는 않다. 다만 슬라이드 버튼의 이동에 따라 배열되는 언론사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만큼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관점의 정치 기사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기능이 출시된 2019년 당시 스마트뉴스의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임무는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사를 좁히는 대신 관심사를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이 필터 거품에서 벗어나 개인화된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1). 이러한 소소한 기능 하나로 정치적으로 찢어진 디지털 뉴스 소비를 완전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정치적 관점을 버튼 하나로 접해 볼 수 있는 ‘넛지의 기회’를 제공하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 연구를 보면, 다른 관점의 뉴스나 콘텐츠를 다양성의 관점에서 소셜미디어에 노출을 시키면 사용자들의 참여도가 증가한다는 걸 알 수 있다(Heitz et al., 2022). 사용자들이 이종 관점을 마주하는 데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참여도의 증가가 반대 관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거나 호기심을 증가시키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인지부조화가 확증편향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아이디어와 접근법이 필요하다. 사베스키 등(Saveski et al. 2022)의 연구는 ‘생각이 반대인 친구와의 대화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감성을 매개로 반대 관점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대 관점에 대한 참여의 질이 적지 않은 수준에서 개선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를 토대로 빅테크들이 다른 관점의 콘텐츠를 노출하는 걸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관점의 충돌을 ‘대립’이 아니라 ‘타협과 이해’로 이끌 수 있는 실현가능한 아이디어가 도출된 셈이다.
다양한 관점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과감한 실험이 구글 검색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서비스명도 ‘관점(Perspectives) 검색’이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소개됐고2) 6월부터 미국 사용자를 중심으로 조금씩 노출이 되고 있다. 아직 한국어 검색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관점 검색’의 도입 취지는 스마트뉴스의 그것과는 다르다. 하나의 질문에 다양한 경험을 지닌 전문가들의 조언과 사고를 연결시켜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검색 경쟁에서 틱톡의 위상이 높아지자,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용자 제작 콘텐츠와 인플루언서의 노출을 확대해 구글 검색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도 묻어있다. 때문인지 ‘관점 검색’의 결과에 뉴스가 포함될 것이라는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외부 언론을 통해서 뉴스도 여러 관점의 하나로 제공될 수 있다고 거론되는 정도다3).
어쨌든, 개발 취지와는 별개로 ‘관점 검색’은 정치적으로 극화하고 쪼개지는 온라인상의 여론 분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검색 기술은 여러 관점의 콘텐츠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베스키 등의 연구에서 제안된 것처럼 관점 제시자의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노출해 친근함을 표현하는 인터페이스를 택했다. 다른 관점에 대한 사용자들의 부담과 불편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이를 통해 다른 생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참여도를 증가시켜 관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빅테크의 기술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과 언론사의 건강한 저널리즘적 가치가 만나면 온라인 공간에서 증폭되는 정치적 극단화 문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뉴스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구글의 ‘관점 검색’은 효과를 검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내 뉴스 플랫폼 기업들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행보가 아쉬울 뿐이다.
참조
- https://techcrunch.com/2019/09/16/smartnews-latest-news-discovery-feature-shows-users-artices-from-across-the-political-spectrum
- https://blog.google/products/search/google-search-perspectives/
- https://www.searchenginejournal.com/google-perspectives-search-filter/490101/#close
참고문헌
•장우영. (2018). 정보/미디어 선택과 편향 동원: 태극기집회를 사례로. 한국정치학회보, 52(5), 87-113.
•Heitz, L., Lischka, J. A., Birrer, A., Paudel, B., Tolmeijer, S., Laugwitz, L., & Bernstein, A. (2022). Benefits of diverse news recommendations for democracy: A user study. Digital Journalism, 10(10), 1710-1730.
•Saveski, M., Gillani, N., Yuan, A., Vijayaraghavan, P., & Roy, D. (2022, May). Perspective-taking to reduce affective polarization on social media. In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AAAI Conference on Web and Social Media (Vol. 16, pp. 885-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