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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검색에서 뉴스 링크가 사라지는 그날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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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예상보다 빨리 올 듯하다. 조금은 멀게 느껴졌던 그날은 생성 AI 경쟁 구도와 뉴스에 대한 보상 정책 환경이 급변하면서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당장 언론사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염려될 정도다. 그날은 ‘검색에서 뉴스가 사라지는 날’이다. 물론 극단적 수사다.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날이 오진 않을 수도 있다. 명확한 건, 그날이 오면 검색 결과에서 지금보다 현저하게 뉴스 링크가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올 초부터 이러한 전망들이 서서히 제기되기는 했다. 지난 2월 네이버가 개발자 행사에서 ‘검색의 비전’을 발표했을 때 얼추 짐작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에 챗GPT가 결합됐을 때는 대세를 실감했다. 확신을 굳힌 건 구글의 I/O 행사였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연합군에 밀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을 ‘검색’에서 쏟아낼 것으로 예상은 됐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내용은 한발 더 나아갔다. 검색 결과로 제시되는 링크에 뉴스가 비집고 들어갈 뚜렷한 틈이 보이지 않았다.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 요청에 생성 AI가 답변하는 검색생성경험(Search Generative Experience, 이하 “SGE”)을 늘려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구글의 생성 AI가 서너 개 문단으로 답변한다. 관련 출처 링크가 우측 상단에 표시되긴 하나 3건에 불과하다. 더 많은 인용 출처의 링크를 보려면 버튼을 추가로 클릭해야 한다. 검색 관련 링크마저도 하단으로 밀려난다. 그렇다고 모든 검색어에 SGE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구글 측은 생성 AI의 답변 콘텐츠가 표준적인 검색 결과보다 더 유용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SGE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1).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서서히 그 빈도와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글은 2011년 에릭 슈미트 CEO 시절, 이러한 형태의 검색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2)에서 “우리가 전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링크 기반의 답변’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답 변’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는 정확한 답변을 계산해낼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 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2년 전 그의 구상은 바로 지금 현실의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구글은 그들이 공개한 ‘바드(Bard)’라는 생성 AI 애플리케이션에서마저 뉴스 링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요약한 뉴스의 출처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죄송하지만 뉴스 링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언론사와 저작권법에 따라 뉴스 링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만 내놓는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뉴스 보상 압박으로 그들은 다수의 자사 서비스에서 뉴스 링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다. 빅테크를 향한 규제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이들이 뉴스 링크를 노출하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커진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 뚜렷해졌다. 구글은 ‘관점(perspective)’라는 탭을 별도로 두어 이용자들이 이러한 콘텐츠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사용자들이 “기관이나 대형 브랜드의 의견만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3). 이를 위해 개인이 특정 주제에 전문성을 지녔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개인 뉴스레터, 유튜브, 틱톡 등이 검색 노출에 포함될 후보군들이다. 젊은 사용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면서도 검색 결과의 품질을 보전할 수 있는 전략이다. 네이버도 예외는 아닐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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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뉴스는 검색에서 서서히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결합되는 2세대 검색이 보편화될수록 뉴스는 검색 서비스 안에서 설자리를 잃어갈 수 있다.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면 신뢰도 높은 언론사들의 뉴스 출처 링크가 제한적으로나마 제안되고 있다는 정도다. 변수는 두 가지다. 생성 AI를 둘러싼 빅테크 간의 경쟁 정도, 그리고 이들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규제 수위다. 경쟁이 격화하고 뉴스에 대한 보상 규제가 강화될수록 빅테크가 검색 결과 내 뉴스의 노출 범위를 축소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반대의 경우를 기대하기엔 뉴스가 플랫폼에 종속된 세월이 너무나도 길었다. 언론사들이 독자적인 수용자 디지털 접면 확보에 나서지 않으면 곧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노르웨이의 <쉽스테드>가 팟캐스트 플랫폼을 인수한 뒤 자체 모바일앱을 출시4)한 사례는 상징적이다.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수용자를 획득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경로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한차례 소개했듯, 블룸버그가 블룸버그GPT라는 자체 거대언어모델로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려한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플랫폼이 되지 않으면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언론사들의 운명을 도전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어서다.

어쩌면 그날은 예고도 없이 언론사 앞에 당도할지도 모른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너무 쉽게 현재의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또 다른 예속의 상태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 언론을 둘러싼 기술 환경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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