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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 이슈 톡톡

언론조정사례로 살펴보는 초상권 침해

PAC 이슈 톡톡 1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유형 중에 초상권 침해가 있습니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초상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데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서는 언론이 보도과정에서 초상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며, 만일 초상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그 피해를 구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초상권 침해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당사자의 동의’인데요. 언론은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초상 사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해 위원회에 접수되는 초상권 침해 언론조정사건은 매년 수십여 건에 달합니다1). 지난 한 해 위원회는 총 41건의 초상권 침해 관련 언론조정사건을 접수·처리했는데요. 이 중 <2022년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에 수록된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몇 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명시적 동의를 얻지 못한 보도

동의에는 ‘묵시적 동의’와 ‘명시적 동의’가 있는데요.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집회 참가자와 같이, 초상 사용에 대한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론은 보도를 위해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지난해 묵시적 동의 여부가 쟁점이 된 언론조정사건이 있었습니다. 모 방송사가 길거리 인터뷰에서 스스로 성명과 나이 등을 공개하고 촬영에 응한 시민의 모습을 보도한 건데요. 해당 시민은 영상 인터뷰 촬영에 응하기는 했지만 취재기자가 취재 목적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본인의 동의 없이 초상과 신상정보를 방송에 공개해 피해를 입었다면서 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사례 1] 신청인의 인터뷰 영상을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보도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 원 보도 영상을 비식별 처리하고 이를 다시보기 영상에도 반영하는 것으로 합의한 사례

모 방송사는 길거리 시민 인터뷰에 응한 신청인의 모습과 성명, 나이 등 신상정보를 별도의 비식별 조치 없이 방송에 공개했는데요. 신청인은 당시 취재기자가 자신의 소속이나 방송 프로그램 및 취재 목적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본인의 동의 없이 인터뷰 영상을 보도하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받는 피해를 입었다면서 모자이크 처리 또는 영상 삭제와 함께 정정보도 및 15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피신청인 방송사는 인터뷰 과정에서 신청인이 본인의 성명, 나이 등을 자발적으로 공개했고, 당시 방송사 로고가 크게 달린 카메라를 사용하여 신청인이 취재기자의 소속을 알 수 있었으며, 프로그램 관련하여 안내도 했다고 반박했는데요. 중재부는 해당 보도 영상의 전파로 인한 2차 피해 확산 방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원 보도를 비식별 처리할 것을 권고하였고, 양측은 이를 수용하여 신청인의 인터뷰 영상을 모자이크 및 음성변조 처리하고, 실명과 나이가 드러나지 않도록 자막을 수정하되, 유튜브 채널과 IPTV를 통해 송출되는 다시보기 영상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의 모습을 비식별 처리하기만 하면 초상권 침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흐림 처리를 했음에도 당사자들의 모습을 동의 없이 공표해 초상권이 문제됐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중재부는 흐림 처리 여부와 별개로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촬영해 공표한 문제가 있었던 점을 지적했고, 조정 결과 언론사가 적절한 조치와 함께 유감표명을 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사례 2] 신청인들의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을 방송한 것에 대한 유감표명과 함께 신청인들의 음성 및 초상이 노출된 부분을 열람차단하는 것으로 합의한 사례

모 방송사는 취재 과정에서 주민센터 관계자인 신청인들이 사회복지업무와 관련한 상담과 방문 동행 등을 하는 과정을 촬영해 공개했는데요. 신청인들은 취재 및 영상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해당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서 방송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다시보기 영상에서 신청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삭제할 것과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3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피신청인 방송사는 공익적 목적으로 보도한 것이며, 신청인들이 특정되지 않도록 영상을 충분히 흐림 처리했으므로 신청인들의 청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중재부는 방송사가 취재·방송에 대한 허락을 구하지 않고 촬영한 문제를 지적하며 조정안을 제시하였고, 양 측은 이를 수용하여 유감표명 의사를 조정합의서에 기재하고 영상 중 신청인들의 모습과 음성이 노출된 장면을 일부 열람차단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이 사건은 언론사가 유감을 표명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비록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는 이유로 피해 회복의 수단으로써 언론사에게 사과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헌법재판소 1991.4.1. 선고 89헌마160 결정), 조정 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언론사가 유감을 표명하여 분쟁이 원만히 해결된 이 사건은 당사자 간 원만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의견 조율을 우선시하는 위원회 언론조정제도의 이점을 잘 보여주는 유의미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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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동의한 취재

한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영상 이미지를 언론이 무단으로 사용해 초상권 침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당시 보도를 했던 언론사는 영상 출연자인 신청인이 아니라, 해당 영상이 게재됐던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았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중재부는 ‘영상 출연자의 초상을 보도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출연자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고 판단했는데요. 신청인은 유튜브 채널 출연을 승낙했을 뿐, 영상이 기사화되는 것까지 동의한 사실은 없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법률 또는 계약에 의해 동의를 위임받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제3자의 동의는 인정되지 않는데요. 촬영 동의의 주체는 초상권자 본인이 되어야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례 3] 신청인의 동의 없이 신청인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 이미지를 게재하여 중재부가 직권으로 손해배상금 50만 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한 사례

모 인터넷신문은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동영상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제3자이자 유튜브 영상 출연자인 신청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 이미지를 게재했는데요. 신청인은 유튜브 영상 출연을 승낙한 것일 뿐 해당 영상이 기사화되는 것에 대해 동의한 사실이 없다면서 조정대상보도의 삭제와 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신청인 언론사는 해당 동영상이 게재된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로부터 사전 허락을 받아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등의 사유로 신청인의 청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요. 중재부는 유튜브 영상 출연자의 초상을 보도 사진으로 쓰기 위해서는 출연자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는 등의 이유로 50만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는 직권조정결정을 내렸고, 양 당사자 모두 이를 수용하여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위원회가 처리한 언론조정사건 중 ‘명예훼손’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권리 침해 유형은 ‘초상권 침해’였습니다. 또 위원회 법정업무 중 하나인 시정권고심의 결과를 살펴보면, 일반인의 초상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하거나 공인에 관해 보도하면서 그와 무관한 가족의 초상을 공표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 사생활 관련 조항을 위반한 시정권고 결정 사례가 전체 결정 건수의 무려 4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피해 방지는 물론 신속한 구제도 중요한데요. 지난해 초상권 침해로 위원회에 접수된 언론분쟁 사건의 91.5%가 원만히 해결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높은 피해구제율만큼 언론의 초상권 보호에 대한 인식도 함께 올라가기를 기대해봅니다.

* 참고할만한 논문

- 학술지 <미디어와 인격권> 2022년 제8권 제3호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영상취재기자들의 인식 연구(심미선)」

각주

  • 언론보도에서 초상권 침해의 책임이 면제되는 사유로는 취재 및 촬영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와 보도의 ‘공익성’을 들 수 있는데요. 최근 대법원은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 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초상권이 문제가 된 보도라고 하더라도 공익성이 크다면 위 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23.4.13. 선고 2020다25342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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