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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버즈피드와 수익
- NYT의 ‘롤모델’ 버즈피드 뉴스 폐업이 남긴 교훈들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Newmedia of the World 1

2014년 유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는 버즈피드에 대해 이렇게 썼다1).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 같은 회사들은 검색과 소셜의 모범사례를 찾아 자신들의 작업흐름에 적용함으로써 트래픽에서 뉴욕타임스를 앞지르는 데 채 몇 해 걸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허핑턴포스트는 사진과 검색용 헤드라인, 트윗, 페이스북 포스트가 없는 기사는 웹사이트에 게재하지 않는다.”

당시 이 보고서는 부러움의 눈으로 버즈피드를 수차례 언급했다. ‘롤모델’로 받들며 ‘상찬’도 아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DNA를 버즈피드처럼 교체하는 것이 보고서의 목표인 것처럼 이해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화려했던 영광의 시대는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저물었다. 버즈피드는 ‘버즈피드 뉴스’를 4월 폐쇄하기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버즈피드 뉴스의 모태는 2011년 출범한 뉴스 부문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서 기자로 근무 중이던 ‘벤 스미스’를 편집국장에 앉히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뉴스의 형식, 글쓰기 문법, 배포 방식과 결별을 선언하며 ‘소셜 웹을 위한 뉴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당시 빠르게 성장 중이던 페이스북, 트위터, 스텀블어폰 류의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타 신인류로 일컬어지던 밀레니얼 세대를 곧장 겨냥했다. 당시 벤 스미스 편집국장은 취임 일성으로 “저널리즘과 보도에서 소셜 웹보다 더 흥미로운 건 없다”라며 소셜 기반 뉴스 모델을 도전적으로 개발하고 밀어붙였다2).

시대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읽어냈던 벤 스미스의 직관은 ‘트래픽’이라는 성과로 입증됐다. 퀴즈, 리스티클(‘list’와 ‘article’의 합성어로,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의 기사) 같은 소셜미디어에 최적화한 뉴스 포맷을, 그 공간에 올려놓으면서 뉴욕타임스를 능가하는 방문자 수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뉴스는 진지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면서도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에 인색하지 않았다. 진지함과 재미의 균형 속에서 버즈피드 뉴스는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다양한 뉴스 포맷을 반복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탁월한 콘텐츠 관리도구(CMS), 독자 소비 최적화를 위한 정교한 데이터 분석 전략 등 버즈피드 뉴스는 그들만의 특산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혁신과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버즈피드 창업자인 ‘조나 페레티’도 거들었다. 그는 2015년 버즈피드 뉴스 부문이 매출 부진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순간3)에도 “뉴스는 모든 위대한 미디어 기업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는 말로 애착을 드러냈다4). 뉴스 부문을 별도로 떼어내 독립적인 모바일 앱을 출범하는 모험을 강행한 시점도 이때였다. 조직 밖을 향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나 비즈니스 부문에서 일하는 팀원들조차도 중요하고 큰 뉴스를 보도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버즈피드 뉴스의 탐사 보도 「러시아 암살의 증거」가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5). 4년 뒤인 2021년에는 중국의 무슬림 인권탄압 탐사보도로 그렇게도 기다리던 퓰리처상을 거머쥐게 됐다. ‘FinCEN 파일’ 관련 탐사 보도가 국제보도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오르는 겹경사6)도 있었다. 재미와 진지함의 균형, 소셜 기반의 가벼운 뉴스와 탐사 보도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저널리즘에 대한 조나 페레티 창업자와 벤 스미스의 강력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투자가 없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저널리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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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버즈피드 뉴스의 수익성 저하를 모회사도 더 이상은 버텨내지 못했다. 상장 이후 투자자들은 ‘돈도 못 버는’ 버즈피드 뉴스를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몇 차례의 해고를 통해 적자 수준을 방어하려 했지만 투자자들의 등쌀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끊임없이 추락하는 주가, 그것의 원흉으로 지목된 뉴스 부문. 결국 버즈피드는 ‘허프포스트’만 남기고 뉴스 산업에서 사실상 철수를 결정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지 불과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조나 페레티는 “수익성에 대한 높은 규준을 강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한때 좋은 저널리즘이 위대한 미디어 기업의 심장이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그 울림은 더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벤 스미스의 표현대로 ‘소셜미디어와 뉴스의 결혼’은 버즈피드 뉴스의 종료로 막을 내렸다. 말 그대로 ‘소셜 시대의 종언’이다. 페이스북은 뉴스를 버렸고, 트위터는 건강한 저널리즘을 유통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유튜브와 틱톡에서 저널리즘이 설 공간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유행하는 기술에 편승한 새로운 뉴스 모델은 그 기술의 인기가 식을 무렵 그들과 함께 사라질 운명이라는 명제도 새삼 상기시켰다.

버즈피드 뉴스의 폐쇄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저널리즘이 독립적으로 생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단한 수익 없는 저널리즘이 존속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지고 있다. 퓰리처상은 한때의 영광일 뿐 지속가능성과는 별반 관계없다는 사실도 깨우쳐줬다. 무엇보다 저널리즘과 벤처캐피털은 한배를 탈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군가의 진단대로 버즈피드 뉴스는 이러한 냉엄한 뉴스 생태계 논리의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국내에도 새로운 저널리즘의 실험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 스타트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도 버즈피드 뉴스의 폐쇄 소식은 충격일 것이다. 심리적 위축,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럴 때 액시오스(Axios) 공동창업자 ‘짐 반더하이’의 조언을 곱씹어 볼 만하다7). “즉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에 대한 확고하고 현실적인 계획이 없으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라”. 벤처캐피털은 저널리즘의 후원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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