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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뉴스가 사라진 빅테크 플랫폼,
그 상상이 필요한 시점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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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이다. 이해가 얽히고설킨다. 단일한 접근법이 수용되지 않는 국면이다. 여기에 국가 간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빅테크에 의한 ‘저널리즘 포획’ 문제는 이렇게 혼란의 지경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미국 뉴스길드(기자 노조)의 「저널리즘 경쟁과 보호에 관한 법률(Journalism Competition and Preservation Act, 이하 “JCPA”)」 반대 입장은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다1). 뉴스사업자 조직인 뉴스미디어얼라이언스(News Media Alliance)가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힌 이 법안은, 법안명 그대로 저널리즘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발의됐다. 뉴스를 노출하면 그에 응당한 비용을 지불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조차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뉴스 노출을 차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만큼 플랫폼 기업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2021년 호주 지역을 대상으로 뉴스 차단을 시도한 바 있는 메타이기에 실현 불가능한 선언은 아닌 셈이다.

정작 이 법안을 반길 줄 알았던 미국의 뉴스길드는 JCPA가 기자들에겐 실익이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유는 간명하다. 빅테크 플랫폼에 뉴스에 대한 보상을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그 유익이 기자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즉, 대형 뉴스 기업 사주들의 배만 불릴 뿐 그 돈이 저널리즘에 재투자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헤지펀드가 장악하고 있는 미국 대형 언론사들이 JCPA 통과로 거머쥐게 될 빅테크의 지원금을 저널리즘을 위해 쓸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오히려 현금 창구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주머니에 채워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뉴스길드는 우려했다.

미국의 뉴스길드와 보조를 맞춰온 영국의 전국기자노조(NUJ)는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 법안(Digital Markets, Competition and Consumer Bill, 이하 “DMCC”)」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암묵적인 동의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법안 또한 JCPA와 유사하게 빅테크 기업들의 뉴스 사용에 대해 비용 지불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전국기자노조는 ‘뉴스 회복 계획(News Recovery Plan)’의 일환으로 6%의 ‘횡재새’(windfall tax)를 빅테크 기업들에 부과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외쳐왔다2). 여기에 더해 정리해고나 임금 삭감을 단행하고 노동조합의 조직화를 막는 기업(언론사)에는 공적 자금을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뉴스 회복 계획의 핵심 내용이 DMCC에 담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 어느 때보다 물밑 로비가 중요한 시점이기에 그들의 침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뉴스 사용에 대한 보상과 지불을 강제하는 법안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잇달아 발표되면서 빅테크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있다. 호주에서 불이 붙기 시작해 미국을 거쳐 유럽까지 넘어가고 있는 이 흐름은 좀체 멈춰 설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빅테크 입장에서 위안이라면, 이해당사자들마다 조금씩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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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테스트베드는 흥미롭게도 캐나다였다. 캐나다 정부가 뉴스 재사용에 대한 보상 교섭 조항을 담은 온라인뉴스법(C-18)을 내놓자 구글은 일부 사용자에 한해 검색 결과에서 뉴스를 차단했다. 2021년 메타가 호주에서 취한 조치와 동일한 방식이었다. 구글 측은 “검색에서 뉴스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테스트한 것”이라며 “캐나다 사용자의 4%에게만 영향을 미쳤다”라고 해명했다. 이는 온라인뉴스법이 캐나다 의회를 통과할 경우 전면화할 수도 있다는 엄포이기도 했다.

캐나다 의회의 반발도 거셌다. 지난 2월 말 의회 상임위까지 통과한 이 온라인뉴스법에 대해 구글 측이 뉴스 차단 조치로 대응하자 구글 핵심 임원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할 정도였다3). 캐나다 의회의 한 하원의원은 “구글의 행동은 검열에 해당하며 캐나다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그러자 이번엔 미국 정부가 경고를 하고 나섰다. 바이든 정부는 구글 등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온라인뉴스법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할 수 있다”고 하면서 무역 분쟁의 가능성을 제기했다4). 같은 취지의 법안을 두고 국가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빅테크를 상대로 한 글로벌 연대는 더욱 어려워졌다.

위 사례에서 보듯 빅테크들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뉴스 보상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뉴스 차단 카드를 수시로 꺼내들고 있다. 호주에 이어 캐나다에선 현실이 됐고 다음 차례는 미국과 영국일 확률이 높다. 기술적 준비도 완료된 상태다. 아직 전면적으로 뉴스 접근이 중단된 국가는 없지만, 빅테크들이 코너에 몰릴수록 차단의 지속 기간은 더 길어질 개연성이 있다.

특히나 구글과 메타로 상징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국가별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보상안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성 AI를 둘러싼 경쟁도 격화되고 있기에 그들로서는 투자금 확보도 미루기 어려운 처지다. 결국 빅테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뉴스 서비스의 중단 혹은 뉴스 보상 비용의 최소화라 할 수 있다. 이는 뉴스라는 콘텐츠가 글로벌 검색 플랫폼과 SNS에서 우선 수위가 밀리거나 사라지는 환경이 조만간 도래할 수 있다는 신호다.

‘플랫폼 포획’에 대한 대안적 아이디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되거나 실행돼 왔다. 이 가운데 유통 채널의 다변화는 가장 보편적인 접근방식이었다. 하지만 뉴스 유통의 독과점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된 조건에서 채널 다변화의 성과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정부 보조금을 기대하는 방식도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원금 대상의 선정 조건을 정부에 맡길 경우 저널리즘에 대한 통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민주주의가 기능하는 데 있어 저널리즘의 중요성, 그리고 전 세계 뉴스룸이 직면한 실존적 위기 등을 고려할 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5)” 또한 현실이다.

뉴스 산업은 위축되고 있고, 플랫폼 포획에 대한 솔루션은 찾아지지 않으며, 저널리즘 조직은 이해관계에 따라 조금씩 분열하고 있는 현실. 빅테크 없는 저널리즘을 상상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 그것이 저널리즘 생태계의 슬픈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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