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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16세기 노벨란티와 버즈피드의 크리에이터+AI 프로젝트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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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중반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노벨란티(Novellanti)’의 전성시대였다. 메난티(Menanti), 가제티에리(gazzettieri)라고도 불린 이들 집단은 국내외의 정치, 외교, 군사, 비즈니스 정보를 B2B 형태로 생산해 판매하던 정보생산자들이었다. 이들은 직접 쓴 필사본 ‘아비시(Avvisi)’1)에 그들이 듣고 경험한 소식을 기록해 구독료 등을 받고 당대 공무원, 상인들에게 배포했다. 그래서 저널리스트의 기원을 노벨란티에서 찾는 연구도 적잖다(De Vivo, F., 2005).

노벨란티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발명된 뒤 신문과 저널리즘이 하나의 제도로서 안착되기까지 정보생산과 유통의 과도기를 점유했던 16세기 버전의 ‘크리에이터’이자 기자였다. 다수가 정보 입수에 유리한 평범한 이탈리아 상인들이었지만, 국왕을 독자로 둔 전문 작가로 성장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때론 민감한 정보를 다루었던 탓에 로마 교황청의 감시와 탄압을 받기도 했다. 1572년에 한 노벨란티가 아비시를 통해 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사건2)이 한 예이다.

1700년대까지 흐릿하게 이어지던 노벨란티라는 명칭과 그 활약상은 이후 저널리스트라는 특성화된 직군이 탄생하면서 역사 속으로 서서히 잊혀져갔다. 필사본 작성이라는 낮은 진입장벽, 카페나 서점 등에서 얻은 정보를 요약하는 간편한 기록 방식, 검열 우회의 용이성 등으로 활성화됐던 노벨란티의 시대는 인쇄기의 보편화와 우편제도의 결합으로 보다 세련된 신문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

노벨란티 시대의 부활을 알린 것은 블로그의 출현이었다. 인터넷 보급에 따라 정보 생산과 유통의 진입장벽이 다시 낮아지면서 시민 참여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20~30년 동안 블로거, 시민 기자, 인플루언서, 유튜버라는 이름으로 겉옷을 바꿔가며 노벨란티의 전통은 되살아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저널리스트로 포괄되지 않고도 비등한 위상을 가진 정보 생산 주체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노벨란티(지금의 표현으로 변칭하면 ‘크리에이터’)는 ‘생성 AI’의 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생성 AI라는 증강의 기술을 등에 입고 저널리스트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된 것이다. 버즈피드(Buzzfeed)가 크리에이터와 AI의 통합을 선언하며 이들에게 힘을 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버즈피드의 창업자이자 CEO인 조나 페레티는 향후 15년을 주도할 미래의 미디어를 이렇게 정의했다3).

“인터넷의 지난 15년이 콘텐츠를 큐레이팅하고 추천하는 알고리즘 피드로 정의되었다면, 향후 15년은 콘텐츠 자체를 생성, 개인화, 애니메이션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AI 및 데이터로 정의될 것입니다. 우리 산업은 AI 기반 ‘큐레이션(피드)’을 넘어 AI 기반 ‘생성(콘텐츠)’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 같은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에서 크리에이터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도달하게 되고, 더 많은 즐거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생성 AI를 활용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이를 콘텐츠 생산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혁신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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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피드는 다양한 실행 프로그램 개발도 약속했다. 오픈AIChatGPT 등을 응용해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는 AI 도구를 개발하고, 수용자들의 특성에 따라 이를 맞춤형으로 배포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설계할 것이라고 했다. 그 첫 번째로 맞춤형 퀴즈 콘텐츠 생산에 접목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생성 AI에 의해 창의성이 높아지고 더 많이 생산되며 더 멀리 확산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증강된 크리에이터의 창의성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다만 버즈피드 뉴스에는 생성 AI 도입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가져올 법률적 위험성, 특히 사실 보도의 원칙 훼손을 염려해서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의 테크미디어 시넷(CNET)은 최근까지 70여 건의 기사를 AI를 이용해 생산하다 팩트의 부정확성으로 모두 삭제한 바 있다. 시넷 측은 자사 사이트에 올린 해명글4)에서 “AI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한다”면서 “우리는 기술적 도구와 편집 프로세스가 사람에 의한 오류와 AI의 오류를 모두 방지할 수 있다고 확신할 때 중지했던 AI 사용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비록 ChatGPT와 같은 고도화한 AI를 활용하진 않았지만, 기술에 내재된 오류의 가능성에 의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우선인 기존 저널리즘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창의성에 방점이 찍힌 크리에이터들에겐 AI의 결합을 확장하는 것이 현재 나타나는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버즈피드의 이러한 실험적인 행보는 인터넷을 포괄하는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아비시로 상징되는 새로운 미디어의 결합 모델이 하나의 언론사 안에서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들 두 집단은 ‘대체’하거나 ‘대립’하는 관계였다. 생성 AI의 적용 여부를 두고도 서로 다른 태도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뿌리는 같지만 목적과 윤리 기준이 상이한 두 생산 주체가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쉽게 들지 않는다. 서서히 스며들기에도 의식의 괴리와 간극은 깊고도 멀다. 뉴욕타임스와 서브스택(Substack)이 결합한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은 듣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그림이겠지만, 그것이 성공 모델로 귀결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생성 AI라는 ‘창의성의 갑옷’을 입고 부활한 디지털 노벨란티(크리에이터)와 강화된 전문성과 윤리로 무장한 전통 저널리스트 간의 공존. 다가올 10년 동안 이들의 관계 맺기와 역할 분담에 의해 미디어가 재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호칭의 변화는 그 역동성을 상징할지도 모를 일이다. 늘 그렇듯 역사는 이렇게 돌고 돌면서 뒤엉키는 법이다.

참조

참고문헌

• De Vivo, F. (2005). Paolo Sarpi and the uses of information in seventeenth-century Venice. Media History, 11(1-2), 37-51.

• McINTYRE, J. (1987). The Avvisi of Venice: Toward an Archaeology of Media Forms. Journalism History, 14(2-3), 6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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