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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2023년, 합성 미디어의 부상과 미디어 3.0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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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전문 뉴스 미디어 블룸버그는 지난 11월, 스페인어 전용 유튜브 채널 강화를 위해 AI를 도입했다. 늘어나는 스페인어권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사실 새로운 언어권을 겨냥한 콘텐츠 생산 시도는 상당한 번역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송출하는 모든 영상을 번역하기도 쉽지 않다. 모든 게 돈의 문제여서다.

블룸버그는 그래서 다른 경로를 택했다. 생성 AI(Generative AI)의 적극적 활용이다. 이를 위해 블룸버그는 페이퍼컵(Papercup)이라는 AI 더빙 스타트업과 손잡았다.1) 이 스타트업의 AI 도구에 영어로 녹화한 영상을 업로드하면, 현지 언어로 자동번역한 뒤 음성합성 기술로 더빙까지 해준다. 번역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완성도 높은 스페인어 경제뉴스 영상물을 손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가 있다. 페이퍼컵은 이러한 생성 및 합성 AI 기술을 바탕으로 영어권 방송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적극 돕고 있다. BBC, 스카이뉴스, 복스(Vox) 등이 이곳과 협업하면서 비영어권 영상 뉴스물을 대량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월 29일 콘시스턴트(Consistent)라는 AI 질문 생성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2) 이미 논문으로도 공개된 바 있는 이 질문 생성 기술은 QA 포맷 기사를 생산하는데 적용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관련 기사가 작성되면, 이 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AI가 제작한 질문에 담당 기자가 답변을 써내려 가면 하나의 QA 기사가 완성되는 구조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술을 이용해 독자들의 정보 니즈를 만족시키고, FAQ 기사를 빠르게 제작하는 생산 공정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생성 AI 기술이 빠르게 뉴스룸 안으로 침투하고 있다. 특히 뉴스의 생산 과정에 생성 AI의 활용 폭은 점차 넓어지는 중이다. 2023년엔 그 사례가 올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분야도 텍스트 생성에만 그치지 않고 오디오, 비디오, 3D, 심지어 AR/VR로 확장되고 있다. ‘생성 AI의 보편화’가 머지않았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조류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가 있다. ‘합성 미디어(Synthetic Media)’라는 개념이다. 블룸버그나 뉴욕타임스처럼, AI가 목소리나 텍스트의 형태로 생성 또는 합성한 뉴스 등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쉽게 말하면 AI 생산 개입 콘텐츠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저변을 넓히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이는 합성 미디어를 미디어 3.0이라 일컬으며 ‘미디어 혁명’이라고까지 평가한다. 통상 미디어 1.0이 소수의 전문 제작자들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였다면, 미디어 2.0은 블로그 등 콘텐츠 생산 도구의 개발로 누구나 작가 혹은 창작자의 기회를 얻는 미디어 시대를 가리켰다. 미디어 3.0은 생산 과정에 AI가 참여하면서 또 다른 제작의 시대가 열리는 걸 의미한다. 1.0에서 3.0으로 나아갈수록 정보와 콘텐츠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은 뚜렷해진다.

합성 미디어의 급부상은 생성 AI 기술의 안정화에 기인한다. 여전히 생성된 콘텐츠 결과물이 창의적 인간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당장의 쓸모를 입증하기엔 그리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이미 콘텐츠 곳곳에 스며들어, 블로그 콘텐츠 제작이나 삽입 이미지, 일부 보도자료에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업적 활용 가치도 서서히 입증되고 있다. 국내의 한 생성 AI 스타트업은 SNS나 블로그 포스트, 이메일 본문 작성을 포함해 무려 40여 종의 용도를 제안하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3) 서비스 오픈 3주 만에 가입자가 2만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도 높았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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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미디어는 이처럼 저널리즘 분야에만 사용이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쳐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개인 창작자부터 광고 카피라이터, 기업 내 마케터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딥페이크와 인포칼립스’를 쓴 니나 쉭(Nina Schick)은 향후 4년 안에 온라인 콘텐츠의 90%가 합성 미디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5) 곧 합성 미디어 시대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다.

합성 미디어가 인간 콘텐츠 생산 능력의 증강에 기여할지 반대로 조작에 기여할지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딥페이크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조어된 측면도 있기에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콘텐츠 제작비용이 커질수록 더 빠른 속도로 미디어 산업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내 지상파 방송국에 근무하는 한 지인이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방송 작가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생성 AI로 작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미디어 현장은 이미 절박한 심경으로 생성 AI의 상업적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인간 능력의 증강 가능성과 제작 비용의 절감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고비용의 스타 작가를 섭외하는 대신, 신인 작가들에게 생성 AI의 활용을 지원함으로써 스타 작가 못지않은 작품의 탄생을 바라는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 산업 현장에서 필요는 차오르고 있다. 기술도 거의 완비돼 가는 중이다. 검증된 성과가 속속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선 여전히 연구와 공부가 부족한 편이다. 합성 미디어를 2023년 화두로 꺼내 올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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