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 PD의 분쟁현장 르포
아랍 관광객의 한국 여행
- 글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
한국은 요즘 이슬람권에서 관광으로 엄청 뜨는 나라입니다. 한류 드라마나 케이팝으로 많이 알려져서입니다. 예전 팔레스타인에 취재 갔을 때 미처 무음 모드로 해 놓지 못한 제 핸드폰에서 '카톡'이라고 알람이 울렸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우와~ 한국드라마에서 울리던 바로 그것?”이랍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도 카카오톡을 설치했는지 저를 카톡 친구로 지정한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카톡을 주고받다니 예전엔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그만큼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한국에 대해 아는 인구가 많아진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으로 관광 오는 아랍, 이슬람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관광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 온 이슬람 분들이 가장 괴로운 건 음식이랍니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종교적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소나 닭이면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할랄’이라는 과정을 거쳐 도축한 고기만 허용 됩니다. 쇠고기나 닭고기라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못 먹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에 온 이슬람권 분들이 먹을 수 있는, 여러 번 검증된 음식 메뉴를 정리해봤습니다. 혹시라도 이슬람 친구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맞을 일이 있다면 이런 메뉴로 모시면 좋습니다.
첫 번째는 순두부찌개입니다. 여기에 계란까지 동동 띄워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한 번 계란을 올려주니 자꾸 계란도 넣어 달랍니다. 두 번째는 비빔밥입니다. 다만 주문할 때 고기는 빼고 비벼주면 됩니다. 세 번째는 생선구이인데요. 먼저 밑반찬을 좌악 깔아주는데 거기에 무한 리필이라고 하면 엄청 행복해 하며 먹습니다. 이 세 메뉴가 좀 물리면 김밥 쌀 때 햄은 빼달라고 해서 주면 좋아하고, 해물파전이나 해물탕도 맵지만 않으면 잘 먹습니다. 그리고 피자, 파스타, 새우버거 등 양식류도 중간 중간 넣으면 다들 만족해합니다. 그래도 아랍음식을 굳이 먹고 싶다는 분이 있다면 중동음식점이 많은 이태원으로 갑니다. 아니면 명동에서 할랄 고기로 만든 케밥을 길거리에서 팔고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아랍에 취재를 가면 한국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고 하면 꼭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물었는데 지금은 한국 드라마나 한류스타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는 서울의 길거리, 관광지가 너무 가고 싶다고 합니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서울 시내를 걷고 싶다고 합니다. 격세지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야 꿈도 못 꾸지만 부유한 중동의 상류층은 한국 관광을 자주 옵니다. 한번은 바레인에 사는 지인(사실은 취재원)이 한국에 관광을 오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마침 제가 한국에 있을 때라 무엇을 도와줄까 물어봤죠. 그런데 비행기와 호텔, 일정은 자신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 강남의 믿을만한 성형외과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한국 드라마 열풍으로 걸프 지역 여성들에게 한국의 성형 수술이 아주 유명하답니다. 저는 누가 성형을 하고 싶다는 말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부인들”이라고 합니다. ‘아 맞다. 이 분의 부인이 4명이지.’ 한국 드라마를 본 부인들이 담합하시어 한국 성형외과 시술을 실현해 내셨나 봅니다. 저는 열심히 뛰어서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 날짜까지 잡아 드렸습니다. 이윽고 한국에 도착한 그분들을 만나러 호텔에 찾아갔습니다. 재력가답게 엄청 비싼 호텔의 좋은 방을 잡으셨더군요. 부인들과 아이들을 모두 소개해주셨는데 그 인원이 20명은 족히 넘어갑니다. 아이들은 이미 유명 놀이동산과 관광지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중동에서는 이렇게 단 한 가족만 관광을 와도 단체 관광이 됩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랍권 관광객 중심으로 여행 가이드를 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아무튼 그들이 부탁한 성형외과 스케줄은 잘 진행되었고 지금까지 조용한 것을 보니 부인들 얼굴이 더욱 예뻐지셨나 봅니다.
이슬람권에서 오신 분을 모시고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보여드리러 가면 대부분 그 건물이 이슬람 모스크인줄 압니다. 우리 국회의사당 건물 모양이 모스크와 비슷하거든요. 국회의사당을 모스크인줄 알고 경건해진 이슬람 지인을 보며 저는 속으로 웃습니다. 물론 진실을 알려주긴 하죠. 그러자 그 분은 “한국이 국회 건물을 모스크처럼 지은 것은 다 알라의 뜻이 있을 겁니다. 인샬라~.” 이렇게 말씀하시길래 저는 “알라의 뜻이 뭔지 몰라도 저 곳은 격전의 장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아랍 사람들이 한국 관광 온다고 하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길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