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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난해한 MZ 세대와 마케터 출신 언론사 CEO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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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소비하는 게 즐겁진 않지만 뉴스를 본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지만 뉴스에 돈은 지불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지만 전통 미디어도 소비한다. 이런 모순적인 조합이 통계로 다시금 확인됐다.

미국 미디어 인사이트 프로젝트와 미국언론연구소의 협업으로 진행된 최근 연구1)에서 MZ 세대의 뉴스 소비는 이처럼 모순적이고 양가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수용자 집단이 MZ 세대’라는 인식이 허풍은 아닌 셈이다. 어디에 방점을 두고 그들을 만족시켜야 할지 현장 언론인들이 혼란스러워할 만도 하다.

연구결과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 미국 MZ 세대의 32%는 ‘뉴스를 보는 게 이젠 즐겁지 않다’고 응답했다. 7년 전 이 수치는 53%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려 21%나 낮아졌다. 또한 ‘뉴스 보도를 주제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답변한 비율이 7년 전에 비해 16% 하락했다. 뉴스를 보는 게 즐겁지 않고 친구들과 뉴스를 매개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비중이 적잖이 늘어난 것이다. 뉴스 회피의 경향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뉴스에 지불의사가 높은 집단도 이들 MZ세대였다. 특히 Z세대에 비해 밀레니얼 세대가 신문이나 잡지, 뉴스앱에 돈을 낸 적이 있다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았고, 심지어 2015년에 비해 증가하기까지 했다. 이들 세대는 뉴스를 기피하는 비율이 높지만 기꺼이 지갑을 열 가능성도 높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 MZ 세대와 국내 MZ세대 수용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먼저 뉴스에 대한 지불의향이 가장 높은 집단이 MZ 세대다. 뉴스 유료 이용 비율도 20대가 가장 높았다. 비록 절대 수치가 미국 MZ 세대 수용자들에 비해 현격히 낮은 편이지만, 소비의 경향성 측면에서 그리 다르지 않았다.

뉴스 열독률 측면에선 50~60대를 훨씬 앞선 경우도 많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언론수용자조사>를 보면 신문 기사 결합 열독률에서 20대가 60대 이상보다 21%나 높게 나타났다. 뉴스를 기피하는 듯하면서도 뉴스를 열심히 탐독하고, 게다가 뉴스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높은 집단이 바로 MZ 세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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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과 마케팅

언론인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어떤 세대보다 종잡기 어려우면서도 뉴스 소비만큼은 적극적인 이들을 무엇으로 공략해야 하는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한다. 바로 여기에 마케팅과 저널리즘의 차이가 드러난다. 마케팅은 저널리즘의 기법을 배우는데 열성적이다. 광고를 광고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대부분의 접근법은 저널리즘에서 학습했다. 20세기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를 뉴스 편집 페이지처럼 만들면 독자를 50% 이상 더 데려올 수 있다”고까지 했다.2) 이처럼 저널리즘이 마케팅의 교범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점차 흔해지고 있다.

기실 마케팅은 심리와 창의성의 예술이다.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살피고, 그들의 기억회로를 탐색하며,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모든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표적 집단 연구와 리서치는 창의적인 예술가로서 마케터들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퍼널(funnel) 전략, 사용자 리서치 프레임워크,3) 사용자 경험 설계(UX Design) 등은 모두 마케팅 연구의 부산물들이다.

반면 저널리즘은 마케팅에서 무언가를 얻고 취하는데 인색해지고 있다. 한때 둘의 경계가 너무 희미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저널리즘의 경계심이 오히려 더 큰 형국이다. 특히 국내에선 저널리즘이 마케팅 기법을 흡수하는데 거부감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 결과가 MZ 세대에 대한 두려움, 관계 맺기의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기사 제목을 뽑아내기 위해 함축과 절제, 도발과 품위의 경계를 오가던 저널리즘의 창의적 예술 행위는 선정성 앞에 서서히 무릎을 꿇고 있다. 광고 마케팅이 배우고자 했던 저널리즘적 편집 예술은 적어도 국내에선 모범 사례의 위상을 잃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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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출신 CEOMZ 세대

조만간 영국 가디언의 CEO가 여성으로 교체된다.4) 뉴욕타임스 CEO 또한 여성이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저널리즘 경력이 전무한 마케터 출신이라는 점이다. 가디언의 CEO로 지명된 안나 베이트슨(Anna Bateson)은 유튜브의 마케팅 전무를 역임했고 그 전에는 MTVITV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뉴욕타임스 CEO로 부임해 구독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고 있는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Meredith Kopit Levien)도 광고와 마케팅 담당이었다. 가디언 미디어 그룹 이사회는 안나 베이트슨을 신임 CEO로 지명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가디언과 디지털 미디어, 마케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은 그의 리더십 경험과 접목돼 우리를 미래로 인도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자랑하는 가디언과 뉴욕타임스가 미디어 환경이 격변하는 지금 , 마케터를 CEO로 세운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저널리즘 소비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난해하고 모순적인’ MZ 세대를 핵심 독자군으로 끌어안기 위한 자구책이자 포석이라 볼 수 있다. 두 언론사 모두 독자 기반 수익모델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케터 출신의 두 CEOMZ 세대를 난해함과 두려움의 대상이기보단 공략 가능한 심리를 지닌 일관된 뉴스 소비자로 바라 볼 것이다. 저널리즘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MZ 세대의 지갑을 열게 하는 창의적 마케팅 기법들이 이 두 언론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소개될 것임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라는 직책조차 없는 국내 언론사들은 MZ 세대를 여전히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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