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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숏폼 영상의 인기와 페이스북의 뉴스 이별 선언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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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이별을 고하려는 페이스북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월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1)를 보면, 가까운 시간 안에 페이스북이 언론사와의 뉴스 전재료 계약을 정리하고 여기서 아낀 다수의 자원을 크리에이터 경제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치 아픈데다 ‘가성비’조차 나오지 않는 뉴스에 더 이상 돈을 퍼붓지 않겠다는 냉엄한 결단이 행간에서 읽힌다. 분기 매출액이 줄어들고2) 사용자마저 이탈하는 마당에 고매한 ‘저널리즘’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 급성장하는 서브스택(Substack)에 대항하기 위해 2021년 기민하게 출시했던 뉴스레터 플랫폼 ‘불러틴 (Bulletin)’마저도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불러틴 셧다운’이라는 제목을 단 뉴스가 글로벌 IT 미디어 톱기사에 오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렇게 뉴스는 페이스북의 핵심 메뉴에서 서서히, 한편으로는 빠르게 ‘삭제’되어 가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머릿속엔 온통 ‘틱톡(TikTok)’과 ‘숏폼 영상’뿐이다.3) 그들의 광고 수익을 잠식하고 있는 틱톡, 틱톡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그들이 매일매일 만들어내는 숏폼 영상 생태계는 메타의 모든 촉수가 향하는 방향이다. 뉴스에 투입해 왔던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크리에이터 경제에 투입하겠다는 계산도 틱톡을 염두에 둔 접근이다. 틱톡과의 경쟁이 미국 내 언론사들의 저널리즘 전재 계약료를 감축시키는 나비효과를 불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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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져 있다시피 틱톡은 숏폼 영상의 상징이다. 유튜브가 ‘쇼츠(Shorts)’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이 ‘릴스 (Reels)’라는 제목으로 벤치마킹한 원본 제품이자 원조 서비스다. 고작 20초 내외의 짧은 영상4)으로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을 열광하게 한 독특한 비디오 플랫폼이다. 그곳에 국적을 불문한 광고주들이 돈을 못 써 안달이 나있다. 메타가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도 틱톡에 이들을 빼앗길까 봐서다. 뉴스나 기자 따윈 이제 안중에 없고, 오로지 틱톡과 숏폼, 크리에이터만을 외치는 상황이다.

숏폼은 저널리즘 세계에서 독배로 인식돼 왔다.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어야 하지만, 위험천만한 포맷이기도 했다. 논리적 정합성과 엄밀성을 10~20초 내외 영상에 녹여 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성에 소구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압축해야 할 뿐 아니라 비약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확인됐듯, 검증이 쉽지 않은 허위정보가 수없이 돌아다닌다. 전쟁 영상으로 포장된 게임 영상, 우크라이나 현지 전쟁으로 왜곡된 기존 전쟁 영상 비디오를 고작 몇 십초 만에 발견할 수 있다. 전 세계 팩트체커들조차 ‘맥락의 부재‘로 인해 검증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5)

숏폼은 이렇게 저널리즘의 안전벨트를 스멀스멀 걷어가고 있다. 플랫폼은 그들의 수익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뉴스를 버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해줬다. 규제의 압박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철수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젊은 독자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언론사들로서는 마지못해 숏폼 흐름에 편승해야 할 처지다. 늘 그렇듯, 잘 적응하겠지만 그만큼의 수익은 당분간 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쯤에서 인간의 주목 시간 한도(Attention Span)에 대한 신화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틱톡을 위시한 숏폼 영상의 대세화가 인간의 평균 주목 시간 단축 경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희생해서라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확대해석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한 때 인간의 평균 주목 시간 한도(8.25초)가 금붕어(9초) 보다 짧다는 오정보가 확산된 적이 있다.6) 이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인 것으로 판명됐다.

오픈 유니버시티의 젬마 브리그(Gemma Briggs) 박사는 인간의 평균 주목 시간(Attention Span)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7) 주목 시간 자체가 작업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주목 시간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영화관처럼 산만한 조건이 제거된 상황에서는 주목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평균 주목 시간은 과학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브리그 박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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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십 개의 앱, 수시로 울리는 알람의 홍수 속에 놓인 스마트폰 환경에서 주목 시간이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숏폼의 유행은 스마트폰이라는 기술문화적 맥락에서 나타나는 사용자들의 보편적 경향일 뿐이지, 인간의 주목 본성과는 상관이 없다. 이마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를 겪는다. 트위터만 보더라도 140자로 시작해 280자를 거쳐 최근에는 긴 글을 등록할 수 있는 노트 기능으로 이어지고 있다.8) 비록 10여 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오로지 짧은 텍스트, 짧은 영상만이 인간의 콘텐츠 소비에 적합하다는 사고는 그저 신화일 뿐이다.

저널리즘의 생존 조건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구성과 형식이 바뀌고 진화한다. 유통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것에 휘둘린다고 더 좋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들은 그들의 수익 전략에 따라 저널리즘 행위자들을 유혹하고 내팽개친다. 메타의 정책 변경으로 울고 웃은 언론사들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되돌아보면 된다. 지금의 숏폼 유행을 바라볼 때, 이러한 소셜 플랫폼의 역사성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대세’에 올라타는 선택은 문제되지 않지만, 대세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위험이 닥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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