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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 이슈 톡톡

정정·반론보도만으로 부족하다고요?
- 다양한 언론 조정사례를 소개합니다

PAC 이슈 톡톡 1

지난 6월 9일 오전, 대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방화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의 범인은 잇따른 소송 패소로 인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얼마 전에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가족의 진료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불을 내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화를 저지른 범죄자 중 절반 이상이 분노를 참지 못한 경우였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특히 법적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폭력적인 상황을 야기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분노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대체적분쟁해결(ADR)이란?

흔히 ADR로 불리는 대체적 혹은 대안적분쟁해결은 법원의 판결이 아닌 다른 방식, 예를 들어 조정·중재·화해 등 제3자가 개입하거나 당사자가 직접 교섭과 타협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ADR의 장점은 소송을 진행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면서도 재판절차에 비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특히 당사자가 직접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일도양단식의 결정 대신 사안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에 비해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ADR 기구는 약 60여개 가량이라고 하는데요. 대한상사중재원을 비롯해 한국소비자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각 분야별 분쟁처리 기구들이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을 다루는 국내 대표적 ADR 기구 중 하나인데요. 그렇다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절차는 법원의 소송과 어떻게 다를까요? 법원의 재판이 원고 또는 피고의 승패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절차라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는 분쟁당사자인 신청인과 언론사가 원만히 합의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법원의 재판부와 같이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가 직권으로 조정결정이나 중재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당사자 간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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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R 장점 활용한 다양한 조정사례들

언론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지급 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사례들을 보면 이밖에 매우 다양한 방법들로 분쟁이 해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언론중재위원회가 처리한 조정중재 사건들 가운데 정정·반론보도 외의 방법으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진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사례 1] 외부필자의 기고문에 대해 정정보도와 반대 입장을 담은 기고문을 게재한 사례

모 일간지는 ○○병원 노동조합에 대해 부정적인 외부 기고문을 게재했습니다. 해당 노동조합은 기고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노조 이미지가 훼손되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요. 조정결과, 기고문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은 정정보도를 게재하고 그 밖의 쟁점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기고문을 후속보도 형식으로 게재해 반론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사례 2] 방송을 통한 반론보도 대신 인터넷 다시보기 영상에 반론보도문을 덧붙이기로 합의한 사례

모 방송사는 북한에서 한 남성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A 육군부대의 감시병이 잠들어 귀순자의 동선을 빠르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육군부대는 당시 감시병은 정상근무 중이었다며 정정보도를 구하는 조정신청을 했는데요. 조정결과, 양 당사자는 인터넷 다시보기 영상과 유튜브에 게시된 해당 보도 영상 말미에 자막으로 ‘CCTV 영상 확인 결과 북한 남성 귀순 당시 영상감시병은 졸지 않고 임무 수행 중이었다’는 내용의 반론보도문을 삽입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사례 3] 언론사 유튜브 채널 영상 하단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한 사례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유명 음식점의 원조 공방 논란을 다루면서 신청인 회사가 유명음식점의 상호를 넣어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이에 대해 신청인 회사는 해당 유명음식점의 명칭은 이미 일반 명사화되어 부정경쟁행위라 볼 수 없다며 정정, 반론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조정심리 과정에서 중재부는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에 대해 신청인 회사의 반론을 싣는 것을 제안했고, 양 당사자는 유튜브에 게시된 보도 아래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하고 라디오 방송에서는 해당 반론보도문이 유튜브 채널에 게시되어있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사례 4] 신청인의 동의 없는 음성 공개에 대해 언론사의 인터넷기사 및 유튜브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열람차단하기로 한 사례

한 인터넷언론사는 코로나19로 운영되지 않은 A학교에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한 것이 예산 낭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면서 A학교 직원인 신청인과의 통화 내용을 기사화하고 유튜브 영상에 신청인의 음성을 전달했습니다. 신청인은 담당 부서를 안내하는 등 취재에 도움을 주려했는데 동의 없이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해 보도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요. 중재부는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신청인의 음성을 보도한 부분에 대한 열람차단을 조정안으로 제시했고, 양 당사자가 조정안에 동의했습니다. 이후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기사 전체를 열람차단 조치하면서 종결되었습니다.

* 언론중재위원회 <2021년도 조정중재사례집>에서 더 많은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언론분쟁, 유연하고 다양한 선택지로 해결 가능

다양한 내용의 조정사례 잘 살펴보셨나요? 언론중재위원회라고 하면 ‘재판’이나 ‘소송’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중재법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준사법적 기구인 것은 맞지만, 법원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하고 다양한 선택지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ADR 기구라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 기구들은 빠른 시간 안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비용을 감소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2018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제도 운용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언론조정제도는 2016년 기준, 약 480억 원의 사회 비용 감소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혹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언론중재위원회의 풍부한 조정사례를 토대로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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