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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기사 이어 삽화까지 뻗친 AI의 창의성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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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일까 혁신일까. ‘그렇게 될 것’이라 짐작만 해왔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미국 허스트의 대표적인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은 AI가 제작한 이미지로 표지 전체를 덮었다.1) 바로 며칠 전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실험적으로 시도했던 사례2)를 한 단계 더 확장한 것이다. 표지의 일부만 장식했던 이코노미스트와 달리 코스모폴리탄은 아예 커버 전체를 AI 제작 이미지로 삽입하고 인쇄까지 했다. 그래서 파격이라 할 만하다.

표지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초에 불과했다. DALL-E23)라는 이미지 생성 언어모델이 연산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다. 코스모폴리탄 에디터와 DALL-E2를 개발한 오픈(Open) AI의 연구원, 디지털 아티스트 3명이 협업했지만 이들의 제작 기여도는 거의 0에 가까웠다. 그저 여러 생성물들 중에 적합한 작품을 고르는 품평가의 몫만 했을 뿐이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도 다르지 않았다. 미드저니 봇(Midjourney bot)4)이라 불리는 AI 모델을 활용했다는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의 관여는 코스모폴리탄의 경우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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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LL-E2가 그린 달에서 말을 탄 우주비행사 출처: 오픈API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언어모델은 기본적으로 프롬프트(prompt)라 불리는 ‘주문 문구’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코스모폴리탄의 커버 이미지를 제작하기 위해 에디터 등이 던진 주문 문구는 ‘다른 우주의 관문으로 통하는 귀걸이를 한 여성(A woman wearing an earring that’s a portal to another universe)’이었다. 웬만한 삽화 작가도 등단이 어렵다는 코스모폴리탄의 커버 이미지를 AI는 십여 단어에 불과한 프롬프트로 20초 만에 ‘창조’해 낸 것이다.

DALL-E2의 새로운 기능도 힘을 보탰다. 아웃페인팅(outpainting)5)이라 불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첫 번째 주문 문구로 생성된 이미지에서 채워지지 않은 영역을 추가로 제작해준다. 비어있는 배경, 작품의 상하단부를 이어주는 이미지 등을 만들 때 유용하다. 첫 생성된 작품의 부족분을 새로운 연산을 통해서 완결성 있게 마감하는 특별한 기능인 셈이다. 이는 파격이자 혁신이라 할 만하다.

이 과정을 직접 경험한 잡지 에디터들은 ‘혁명’이라 추켜세웠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드디어 우리가 컴퓨터의 창의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감탄문을 써내려갔다. 코스모폴리탄 기자도 “이 작품을 보라,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인간의 찬탄을 불러낼 만큼 품질이나 창의성 측면에서 훌륭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오히려 “그래픽 디자이너를 대체할 것”이라며 호들갑 떠는 이들이 없다면 더 이상한 분위기랄까.

분명 몇몇 기술주의자들의 예측대로 삽화 디자이너에겐 중대한 위협이다. 잡지나 신문의 삽화 디자인을 담당해온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창의적인 표지 디자인을 위해 마감 시간을 넘나들었던 그들에게, DALL-E2 같은 인공지능 언어모델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기술의 향상 속도도 빠른데다, 마감의 디테일에 관여하는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사람 디자이너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미래는 그렇게 선형적이고 단순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듯하다.

코스모폴리탄은 AI를 활용한 표지 디자인 과정에서 DALL-E2 모델의 몇 가지 한계를 함께 경험했다. 우선 아주 미세한 요소는 다소 흐릿하거나 추상 이미지로 대체해 버렸다.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인 정신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학습된 이미지가 주로 백인들이어서, 사람이 중심에 선 이미지들은 대부분 백인으로만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저널리즘에서 점차 강조되고 있는 포용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치명적인 결점인 셈이다. 인간의 손가락 개수를 헷갈리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여성의 얼굴 이미지를 생성할 때도 몇 가지 결함을 노출했다. 포르노 이미지 생성을 의도적으로 피하다 보니 눈이나 입이 뒤틀리게 제작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표지 이미지는 여성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우주 헬멧을 쓴 것으로 표현하는 대안적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잡지 입장에선 지속적 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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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I의 역량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현재 수준만으로도 일부 아티스트의 역량은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제작 시간은 훨씬 단축됐고, 번거로운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들지 않는다. 기계가 제작했기에 저작권 분쟁으로부터도 당분간은 자유롭다. 워낙 많은 시안을 제시해주기에 선택지도 훨씬 넓은 편이다.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비용을 절약하는 경로로 유의미한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삽화 활용도가 높은 잡지를 중심으로 이용 빈도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로봇 저널리즘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았듯, 이 기술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인간-기계의 협업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형성하면서 공존의 모델로 흘러가는 것이 합리적인 전망이라 할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탄생하는데 들어가는 사소하거나 반복적이며 필수적인 요소를 AI가 20초 안에 대신해주면, 인간 비주얼 아티스트는 창의성을 더해 작품을 훨씬 빛나게 마무리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잡지 표지 구석에 AI와 아티스트의 공동 바이라인이 찍히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 그것이 우리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자, 내일의 풍경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인간이 AI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명제는 유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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