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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 이슈 톡톡

식품 안전 보도의 딜레마
- 불량 만두소 파동에서 인산염 오징어채 사건까지

PAC 이슈 톡톡 1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건 중 하나인 ‘불량 만두소’ 파동을 기억하시나요? 2004년 6월 4일, 많은 언론사들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 자투리로 불량 만두소를 만들어 유통시킨 업자들이 붙잡혔다는 경찰의 발표를 전했습니다. 음식의 재료로 폐기되어야 할 재료가 만두에 사용되었다는 소식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보도 이후 만두 업체들의 도산 소식이 이어졌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 만두소를 사용한 25개 회사 명단을 공개하자 한 업체 대표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법원은 불량 만두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며 대부분의 만두업체들에 무혐의 판결을 내렸는데요. 그러나 이미 큰 피해를 입고 문을 닫은 업체들에겐 너무 때늦은 결론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식품안전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는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 사례가 되었는데요. 또, 수사기관을 비롯한 출입처의 발표 내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른바 ‘발표 저널리즘’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을 언론에서 ‘쓰레기 만두’로 지칭한 것이 문제를 더 확장시켰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인터넷신문이 부상하기 시작한 때였던 만큼, 온라인상에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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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부당한 수사결과 발표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올해 초 대법원은 앞서 살펴본 ‘불량 만두소’ 사건과 유사한 ‘인산염 오징어채’ 사례에 대해 부당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다282197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산염 오징어채 사건은 2013년 3월 해경이 ‘오징어의 중량을 부풀릴 목적으로 인산염을 희석시킨 물에 오징어를 담가 제조·판매한 무허가 업체가 검거되었으며, 인산염을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서 시작되었는데요. 많은 언론사들이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혐의를 받은 업체는 상품 폐기처분 등의 조치에 처해졌고 영업상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당시 수사기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회신 받은 감정서에는 ‘오징어채 성분 분석에서 인산염 사용을 의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참고사항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즉, 인산염이 정말 사용되었는지, 그 사용량이 몸에 위험한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인데요. 또 인산염은 일반적인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도 없을뿐더러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당시 수사기관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관할관청에 신고를 하였는지 여부’에 혐의를 두었는데,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체에 해로운 인산염에 불린 오징어채를 판매했다’는 내용을 부각해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해당 업체가 피해를 입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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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에 대한 수사기관의 발표와 언론보도를 위한 가이드

식품안전은 모든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많은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요. 그렇다보니 우리가 먹는 음식에 유해한 성분이 나오거나 위생상 문제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는 알권리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1989년 ‘공업용 우지 파동’,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을 비롯해 ‘불량 만두소’ 파동과 ‘인산염 오징어채’ 사건까지 수사기관의 발표가 오보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수사기관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앞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적법한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은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 공표로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수사기관이 피의사실 공표 대상으로 삼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혐의를 두고 있는 범죄사실에만 한정되는 것’이라면서 ‘인산염 오징어채 사건’과 같이 ‘범죄가 아닌 사실까지 포함해 공표하는 경우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수사기관의 발표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는데요. 언론중재위원회 양재규 변호사는 범죄수사 관련 보도자료 기사화의 법적 문제점을 살펴 본 논문에서 ‘수사기관의 보도자료라도 사실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고, 범죄보도에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에 신중을 기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등 법 전반의 기본원칙과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실무적 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음식물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보도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일 텐데요. 하지만 그 공익적인 목적이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한 번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사안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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