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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언론사의 AI ‘인프라 포획’과 플랫폼 종속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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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뉴스룸이 AI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AP는 지난 3월말 ‘AI와 지역 언론에 관한 보고서’1)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뉴스의 사막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역 언론을 위한 고심도 묻어났다. 여러 자원과 시간의 부족으로 지역 뉴스룸이 황폐화하자 “우리 AP의 목표는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운영을 개선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AI 분야에서 닦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 언론에 전파함으로써 지역 뉴스의 소멸을 막아보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누가 봐도 선의를 의심하긴 어려운 보고서였다.

최근 들어, 기자 해고의 칼날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는 한 미국의 미디어 그룹이 AI 사용 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잘려나갈 기자들의 빈자리를 AI로 메우고 기사량을 종전과 다름없이 유지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얄팍한 야심이 작용했다. 실행 여부는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지만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수익성만 개선될 수 있다면 ‘기술의 혜택’을 충분히 활용할 명분도 존재하기에 그렇다.

근래 들어 언론사의 AI 도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도입에 따른 위험 요소보다 생산성 향상의 긍정 요소가 더 조명을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언론사의 AI 기술 도입을 둘러싸고 간과되는 하나의 영역이 있다. IT 산업에서 ‘뒷단’이라 불리는 인프라 영역이다. 인프라는 통상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정보/데이터를 칭한다. 소프트웨어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언어모델, 기타 AI 애플리케이션이다. 구글 클라우드 비전, 아마존 레코그니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드웨어는 AI 애플리케이션이 일반적으로 실행되는 클라우드 시스템, 스토리지 등이다. 이 또한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이 대부분 제공한다. 정보/데이터는 말그대로 AI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 데이터, 학습 데이터 등을 뜻한다.

뉴스룸 안에서 AI를 도입하고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대부분 빅테크의 AI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로봇 저널리즘이든, 헤드라인 작성 모델이든, 문서 자동 요약이든 대부분이 빅테크 기업들의 갇힌 인프라 구조 안에서 실행된다. 이 과정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관련 추가 기술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게 된다. 특정 빅테크 인프라에 과도하게 종속되면, 다른 빅테크 인프라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인프라 록인(lock-in)’ 전략에 스멀스멀 포섭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안야 쉬프린(Anya Schiffrin) 교수는 ‘미디어 포획2)’이라는 개념으로 이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언론 집단이 특정 경제적, 정치적 그룹의 이익을 진전시키는데 복무하면서 점차 자율성을 잃어가는 흐름을 그렇게 불렀다. 보도 내용이 획일화하고, 확증편향을 부추기거나 이용하고, 광고와 기사를 흥정하는 행태들도 특정 그룹의 이익에 포획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들이라고 했다. 에프라트 네추슈타이(Efrat Nechushtai, 2018)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기술 인프라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 그는 ‘인프라 포획’이라는 개념으로 이 현상을 해석했다.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AI 서비스와 그들의 인프라에 의존하게 되면서 뉴스 제작, 유통 업무의 사회기술적 조건이 제약을 받거나 변형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 인프라에 종속되는 것뿐 아니라 게이트키핑이라는 저널리즘 고유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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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지만, 특정 빅테크 기업의 AI 인프라에 의존하게 되면 그곳을 벗어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벤더 종속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언론사가 자사 데이터로 훈련한 특정 기계학습 모델을 다른 빅테크 인프라로 이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전의 표준이 정착돼 있지 않아서다. 이 같은 인프라 포획은 AI의 적용 범주가 넓어지면서 저널리즘 영역에 침투하기 마련이다. 사용자 관심사에 최적화한 뉴스 추천 알고리즘을 AI 기반으로 모델링해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빅테크 기업의 인프라에 의존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AI 인프라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언론사의 게이트키핑 작업이 빅테크 인프라에 포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컨트롤 레볼루션’3)의 저자 베니거는 A 조직이 다른 B에 영향력이나 권력을 갖게 되는 경우 여기서 일어나는 “통제는 미리 결정된 목표를 향한 의도적인 영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빅테크와 언론사의 관계에 대입해보자. A 빅테크가 인프라를 통해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형성한다는 것은 곧, A 빅테크의 AI 인프라가 결정한 목표에 언론사가 복무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뉴스룸의 AI 도입을 둘러싼 인프라 포획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펠릭스 사이먼(Felix Simon, 2022)은 중력이론에 빗대 이렇게 말한다. “더 큰 질량을 가진 물체로서 플랫폼 기업은 작은 물체보다 더 강한 중력을 발휘하여 후자를 궤도로 끌어들인다.” 결국 빅테크 기업의 강력한 AI 인프라는 언론사처럼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들을 중력의 힘처럼 안으로 빨아들이게 되고 그 의존성도 심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뉴스룸의 AI 도입은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AP의 보고서가 입증했듯, 기자들의 작업량을 상당량 감소시키고, 언론사가 더 많은 권력을 감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소규모 지역 언론사가 보도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인프라 포획’이 불가피하게 자리하게 된다.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할 기회마저 축소되면서, 언론사의 자율성은 위협받게 되는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이러한 인프라 포획의 위험을 언론사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체 AI 기술 구축과 협업의 동기부여도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당분간의 빅테크 의존은 불가피하더라도 공적 부문의 보조를 통해 자체 개발 역량을 확장시키는 노력은 반드시 후행돼야 한다. AI 도입으로 인한 기자 역할 대체 논쟁보다 인프라 포획의 경고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더 깊이 논의하는 게 지금은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참조

참고 문헌

• Nechushtai, E. (2018). Could digital platforms capture the media through infrastructure?. Journalism, 19(8), 1043-1058.

• Simon, F. M. (2022). Uneasy Bedfellows: AI in the News, Platform Companies and the Issue of Journalistic Autonomy. Digital Journalism,1-23. 7(3), e026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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