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본문 하단

Newmedia of the world

오디오 뉴스의 흥망성쇠와 뉴스의 본질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Newmedia of the World 1

카카오의 소셜 오디오 플랫폼 ‘음(mm)’이 곧 문을 닫는다.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시들해진 지도 제법 됐다. 들끓던 기운은 잦아들었고, 기대도 낮아졌다. 오디오 콘텐츠의 ‘겨울’이 찾아오는 것 아닌가하는 전망들이 속속 제기된다. 라디오의 미래를 음(mm)과 클럽하우스에서 찾으려 했던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실망감은 커져가는 분위기다.

오디오 콘텐츠는 한차례 아픈 암흑기를 거친 경험이 있다. 4~5년 전 AI 스피커가 등장했을 때 언론사들은 너도나도 ‘오디오 퍼스트’를 외쳤다. AI 스피커 전용 앱을 개발했고, 다양한 오디오 내러티브를 실험하며 오디오 탐사보도라는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열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AI 스피커는 거실에서조차 자리 잡지 못하고 뒷방으로 밀려나길 반복했다.

반대의 풍경도 있다. 최근 영미 언론사를 중심으로 ‘기사 듣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기술 전문 미디어인 더버지(The Verge), 경제 전문 매거진 포브스,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르기까지 기사 상단에 ‘기사 듣기’ 플레이어가 똬리를 텄다. 제목 다음으로 주목도가 높은 공간에 ‘기사 듣기’라는 오디오 콘텐츠가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분명 눈여겨 볼 대목이다. 광고를 붙일 경우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음에도 글로벌 대형 언론사들은 기꺼이 오디오 콘텐츠에 공간을 허락하는 중이다.

기실 ‘기사 듣기’는 새로운 유형의 기술이나 서비스는 아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부터 잡지의 오디오 버전을 제작해왔다.1) 워싱턴포스트도 2017년부터 관련 기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청취자의 숫자와 반응이 달라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AI 스피커 콘텐츠, 라이브 오디오 콘텐츠, 팟캐스트 등을 돌고 돌아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독특한 점은 ‘기사 듣기’라는 평범하고 새로울 것 없는 서비스에 젊은 사용자들이 크게 호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TTS 기술 전문 스타트업 ‘비욘드워즈(Beyondwords)’에 따르면2) 18~34세 사용자들이 35세 이상보다 오디오 재생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1.5배 높다고 한다. 오디오 뉴스 청취자층이 젊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Newmedia of the World 2

지난 3월 중순 공개된 영국 가디언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신 귀 안의 세계(A world in your ear)’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3)는 “팟캐스트가 구매 전환에 높은 기여를 할 뿐” 아니라 젊은 독자층의 호응도 높다는 결과를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비디오보다 이용 성장률이 높다고도 쓰여 있다. 가디언 광고팀이 중심이 돼 조사한 보고서여서 광고 기여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 안에서도 오디오 뉴스 콘텐츠의 낙관적 미래를 읽어낼 수 있다.

외부 플랫폼이나 공간이 아니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서 제공된다는 흐름도 예전과는 달라진 특징이다. 젊은 독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자구책 차원으로 재검토된 대안에 기술적 도움이 더해져 보다 세련된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배가 되고 있다. 특히 음성 합성 기술 수준이 고도화하면서 해당 지역의 억양, 어조를 반영한 음성 개발이 가능해졌다. 청취자들에겐 보다 자연스러운 뉴스 청취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오디오 퍼스트’를 들먹이지도 않는다. 언론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용자들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용히 실험을 이어가는 중이다.

오디오 뉴스는 AI 스피커를 통한 상호작용적 내러티브에서 라이브 오디오의 역동적 대화 모델을 거쳐 다시 일방향 정보 전달 미디어로 수렴하고 있다. 그 사이의 기술적 변화라면 TTS와 음성합성 기술의 성장 그리고 에어팟과 같은 이어폰의 진화 정도다. 심지어 이러한 기술의 혜택을 마다하고 성우나 기자가 직접 기사를 읽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도 상당수다. 오디오 시장을 잠식할 것만 같던 AI 스피커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오디오 뉴스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발견했다. 고품질 뉴스라는 본질을 오디오로 가볍게 전환해내는 수준에서 말이다. 현란한 기술의 향연을 펼쳤던 시기는 뒤로 한 채 본질에 가장 충실한 단순한 형태로 새로운 수용자층에게 관심을 얻어내고 있다. 비록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네이버가 뉴스 본문 듣기 기능을 도입한 지 만 6년이 지났다.4) 음성 뉴스 요약 서비스인 ‘보이스 뉴스’를 선보인 지도 2년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 결국 저널리즘의 가치라는 본질에 충실하지 않으면 백 개의 기술도 무효라는 상식을 다시금 입증한 셈이다. 사용자들은 텍스트든 비디오든 오디오든 아니면 메타버스든 XR이든 기술 그 자체에 열광하지 않는다. 본질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기술에 관심을 드러낼 뿐이다. 오디오 뉴스의 짧은 흥망의 역사는 왜 언론사들이 더 저널리즘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고 있다.


지난 기사 ·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