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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 PD의 분쟁현장 르포

학교 가고 싶은 아이들

  •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
새가슴PD의 분쟁현장 르포 1

한국 사회는 워낙 교육열이 높아 대부분 정규교육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 같지만 독재국가나 문명이 발전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보다 못 가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10여 년 전 네팔 어느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네팔은 산이 많아 동네마다 학교가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까지는 다들 산길을 걸어 학교에 갑니다. 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 같은 상급학교에는 다 가지 못합니다. 농사일을 하러 가거나 더 커서 성인이 되면 다른 나라의 노동자로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야말로 ‘잘 사는 집’ 아이들만 상급학교에 갑니다.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친구의 모습을 아련하게 쳐다보는 소년을 보았습니다. 자신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부러움이 가정형편 때문에 갈 수 없는 서러움으로 바뀌어 가는 아이의 표정에 가슴 아팠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취재하다 한 무리의 소년들을 만났습니다. 그 아이들이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가냐고 물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걸 저에게 물어서 처음엔 아주 당황했습니다. 한국의 아이들 중 학교를 안 가는 아이는 거의 없으니 학교에 가냐는 물음에 얼마나 어리둥절했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그 나라에서 학교를 가는 일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에서 가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입니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자기 입에 먹을 것을 넣는 것조차 힘듭니다. 학교를 가려면 연필도 사야하고, 공책도 사야하는데 아이들에게 그런 돈을 쓸 수 없는 것이 그 나라 어른들의 형편입니다. 그래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21세기에도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은 제3세계에도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못합니다. 대신 목소리를 녹음해서 메시지에 붙여 보냅니다. 한국에서 글자를 몰라 그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제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한국 학생들의 교복 입은 사진을 보여주면 그곳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이렇게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많구나”라며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쩌다 한국 학생들의 단체 사진이 나오면 ‘우와~’ 하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걸 보는 제 마음은 씁쓸합니다. 이 아이들도 학교를 가야하는데 보내주지 못하는 어른으로서 안타깝습니다.

새가슴PD의 분쟁현장 르포 2

아프리카 어느 나라(나라 이름을 밝히면 앞으로 제가 취재 갈 때 후환이 겁나서 어느 나라로 하겠습니다)에서 그 나라의 힘 좀 쓴다는 정부 관리와 새가슴PD가 나눴던 솔직한 대화 내용을 공개해보겠습니다.

새가슴: 애들이 학교를 다니고 공부해서 인재가 되어야 나라를 발전시키고, 그래야 가난을 벗어날 수 있지 않나요?

정부관리: 아니에요. 애들이 글씨를 다 알면 우리가 통치하기 힘들어져요.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혁명 일으키고 정부에게 뭘 요구하고 하잖아요? 그럼 골치 아파져요. 그저 국민들은 바보로 남아서 우리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고 세금이나 내면 되지요”

너무나 놀라운 대답이었습니다. 세종대왕 시절에 한글을 창조해 백성들에게 보급한다고 하니, 대신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일화가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도 이 정부 관리의 생각과 비슷한 수준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저는 의문이 생깁니다. 선진국에서 원조를 받기위해 이런 나라들이 집중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가슴: 그럼 왜 선진국에 가서 원조 받을 땐 애들 학교 짓는다고 돈을 받아 와요?

정부관리: 아 그래야 그들이 돈을 팍팍 내놓지요. 선진국 사람들은 애들 학교에 돈 쓴다고 하면 바로 돈을 줘요.

사실 이렇게 선진국에서 받은 원조금중 많은 돈이 부패한 관리들 주머니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새가슴: 그래도 애들 학교는 잘 지어놔야 선진국 사람들이 더 돈을 지원해주지 않을까요?

정부관리: 그러니까 보여주기식 학교 좀 짓고 일 년에 한번 정도 돈 준 나라 사람 초청해서 애들 노래 좀 시키고 옷 좀 깨끗하게 입히고 춤도 추게 하고 그럼 됩니다. 우리 노하우 많습니다.

새가슴은 황당합니다. 이 부패한 정부부터 갈아엎고 원조를 해야 하나 헷갈립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걸 막는 정부라면 좋은 나라는 아닙니다.

저는 나라 이름 따지지 말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하더라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필 교육열이 유독 높은 한국에 태어난 새가슴 피디는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많은 나라를 취재 다니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제 아들이 학교 가기 싫다고 늦잠 자면 더 열받는 엄마였기도 합니다. 아무튼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는 새가슴 피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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