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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media of the world

네이버 뉴스의 공정과 구글 뉴스의 공정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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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fairness)은 저널리즘이 해결해야 할 난제 가운데 하나다. 어느 개념보다 주관적이고 어느 가치보다 이상적이다. 공정성을 저널리즘 원칙의 중심에 두는 순간 매우 복잡한 질문과 마주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의 문제다. 수용자를 위한 공정인지, 혹은 정치인이나 언론사를 위한 공정인지 말이다.

국내외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정을 자주 이야기한다. 그들이 플랫폼 사업자들의 뉴스 배치가 공정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자신이 소속된 진영의 뉴스가 본인이 소비하는 화면 속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될 경우, 혹은 그 반대로 상대 진영의 뉴스가 자신이 보는 화면에 더 자주 등장할 경우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수용자라고 다를 것은 없다. ‘이념의 진영화 시대’를 사는 수용자들은 각자의 논리에 갇혀 공정성을 말하곤 한다. 가장 공정한 것이 가장 불공정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통용되는 시대를 우리는 관통하고 있다.

공정성은 기술로도 풀어내기 무척 어려운 과제다. 설령 공정성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계가 그것을 식별할 수 있는 정량적인 특질을 발굴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구현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뉴스를 제공하는 대형 플랫폼들은 이 난제를 놓고 좌충우돌하는 중이다. 어쩌면 누구보다 그들이 더 깊은 난관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툭 던져놓고 ‘알아서 풀어봐’라는 식의 요구에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네이버 뉴스와 구글 뉴스의 알고리즘을 통해 공정성 구현의 난해함을 짚어보자. 네이버는 지난 1월 27일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했다.1) 여기에서도 공정성이 문제로 떠올랐는데, 주로 언론사에 대한 공정성이 이슈가 되었다. 검토위원들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에서 이념과 성향을 분류하거나 우대하는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차 위원들의 결론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은 정치권과 사용자, 그리고 언론사로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의심을 살 만한 인과관계는 발견됐다.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뉴스 결괏값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기사의 송고량, 송고 시점, 기사 최신성을 우대해 특정 언론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사의 생산량 자체가 많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최신의 상태로 빠르게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줬다는 거다. 소위 실시간 온라인 대응팀을 탄탄하게 갖춘 일부 대형 언론사들이 이득을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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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대응력을 갖춘 언론사들이 뉴스 검색과 노출 등에 우위를 점하면서 사용자의 선호 형성에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게도 사용자들에게 자주 노출된 대형 언론사의 기사는 좀 더 많이 클릭될 기회를 얻게 됐고, 그것이 사용자 학습 데이터로 빨려 들어가면서 소수 언론사들의 노출이 더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다. 몇몇 언론사 뉴스에 대한 편식 현상이 결국, ‘네이버 뉴스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를 보정하기 위한 네이버의 노력이 없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 대응력이 높은 소수 대형 언론사들에 혜택을 부여하는 불공정으로 이어졌다.

구글 뉴스라고 해서 신이 내린 해결책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20년에 발표된 가와카미 등(Kawakami, A., et al, 2020)의 논문을 보면, 구글은 미국 내 ‘공정 원칙(fairness doctrine)‘의 전통을 지키려다 오히려 극우 언론사의 기사를 더 자주 노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연구진은 2020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구글이 검색 결과상위에 어떤 뉴스 출처를 더 자주 노출시켰는지를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중도 지향 언론사 노출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대신, 진보 성향 언론사와 노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극우 성향 언론사 기사를 더 자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 브레이트바트(Breitbart), 폭스 뉴스(Fox News) 등이 득을 봤다. 이들 가운데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모두에게 고른 신뢰를 얻은 언론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구글 또한 이념, 성향 등을 뉴스 알고리즘의 주요한 특질로 상정하지는 않았다.2) 대신 사용자의 신뢰도 평가항목을 알고리즘에 반영해 더 나은 방안을 찾고자 했지만 그 역시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알고리즘의 빈틈만 노출하는 ‘기계적 균형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구글만의 방식으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역시 뒷말만 낳은 셈이다. 천하의 구글도….

플랫폼 기업들의 뉴스 서비스를 두둔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공정하지 않다’는 명제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이다. 특히 알고리즘으로 편집되는 뉴스에 주된 평가 잣대로 공정성 개념을 제시할 경우, 이 문제가 미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구글과 네이버 뉴스의 사례에서 보듯, 공정성은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돌변하게 된다. 기술로도 쉽게 풀 수 없는 숙제다.

우리는 모두가 편향으로 빠져드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공정성은 사회가 함께 정의해야 할 ‘과정으로서의 개념’이지 결과로서의 종착점이 될 수 없다. 빌 코바치 등(2021, p.34)이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공정성을 삭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1949년 미국 FCC에 의해 정립된 ‘공정 원칙(fairness doctrine)‘이 오히려 정부의 개입을 낳는다는 우려와 함께 종말을 맞은 이유도 그리 다르지 않다.3)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포털 뉴스 알고리즘을 향한 공정성 우려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공영 방송의 공정성, 포털의 공정성, 신문의 공정성, 결론 없는 공방이 지루하게 펼쳐지게 될 것 같다. 저마다의 근거로 대응해 나가겠지만 한 가지만은 유의하자. 공정성은 너무나 아름다운 말이지만, 입 밖으로 나와 제도와 얽히는 순간 또 다른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참조

참고문헌

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2021).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개정 4판. (이재경, 역). 한국언론진흥재단.

Kawakami, A., Umarova, K., Huang, D., & Mustafaraj, E. (2020, July). The'Fairness Doctrine'Lives on? Theorizing about the Algorithmic News Curation of Google's Top Stories. In Proceedings of the 31st ACM Conference on Hypertext and Social Media (pp. 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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